스페인에서 요러 저러한 생각들..

비행기 안에서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 스페인에서 요러 저러한 생각들..


지금 저는 스페인에 와서 5일째인데 세비아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입니다.

2시간 안 걸리는 비행거리이지만, 시간도 무료하고 같이 공부받는 분과 여행 중 함께 식사 중에 요러 저러 헌 이야기하다가 글로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비행기에서 아이패드를 잡아들었습니다.


스페인에 여행온 첫째 날 머문 곳은 세고비아였습니다.

15시간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은 시차적응이 안돼서 일찍 일어난 김에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일출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입니다.

붉은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가는 나무는 사이프러스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고흐의 그림과 뭉크의 그림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고흐가 많이 좋아해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이번 여행에서야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지중해 기후에 맞는 나무라 지중해와 연해있는 남유럽 쪽에 많다고 합니다. 다니는 곳마다 여기저기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알함브라 궁전 주변 여행 중에 옆에있는 분께서 측백나무의 일종이라고 저의 무지를 깨우쳐주셨습니다.

저는 그냥 나무 이름 정도만 알았는데 이번에 그 나무의 근원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고흐는 어느 시기에 일본풍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화실에 일본 전통 그림을 걸어놓고 그런 기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온 그림이 고흐의 “아몬드 나무 “ 그림입니다.

일본풍이 좀 느껴지죠. 고흐가 일본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제가 지금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나라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이 막부시대에 처음 개항하고 무역을 교류한 나라가 당시 해상강국이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습니다. 무역품이 서로 오가게 되면서 미술품 같은 문화도 함께 넘어가게 된 건데,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이 아주 유니크한 동양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스페인 와서 일출 사진 찍어놓고 보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음은 뭉크입니다.

스페인에 오기 며칠 전 (6월 초)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뭉크 특별전을 보고 온 탓에 더 생각의 고리가 연결됩니다.

하지만 뭉크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안 떠올릴 수 없을 겁니다. 그림 속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절규하는 인물을 보면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어쨌든 제가 스페인에서 새벽하늘에 우연히 찍은 사진 하나로 호들갑이지만, 이리저리 연결되는 것도 세상살이라 생각됩니다. 이왕 글을 쓴 김에 좀 더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여행 출발 전 읽은 책이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정혜윤의 ‘스페인 야간비행’이었습니다.


’스페인 야간비행‘. 이 책은 책 안에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여행기가 아니란 뜻이죠.

그건 여행의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에 대한 관점 또는 그 여행에 담길만한 인문학적 이야기들로 넘칩니다. 어느 여행이든 시작이든, 끝나고 나서라도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으로 ‘여행의 기술’ 은 꼭 추천드립니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제가 스스로 분류하기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와 묶어서 여행 필독서라 칭하고 싶습니다.



이제 스페인에 왔으니 스페인 이야기를 해야겠죠.

스페인 하면 세르반테스이고 , 세르반테스 하면 돈키호테입니다. 최초의 근대문학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에 위치한 이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후의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어렸을 적 우스꽝스러운 동화로 많이 기억되겠지만 그것도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동화식으로, 요약본으로, 그림책으로 하다못해 해적판, 아류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졌으니까요.


이 책으로부터 형식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면 두 가지 다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과학의 세계에서는 뉴턴이나 아인쉬타인에 비견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 세르반테스가 돌아가신 날입니다.

제가 지금 비행기로 세리아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 중인데,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이 날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장미꽃을 준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낭만적입니다.

( 바르셀로나 길거리에 즐비한 꽃가게들)


그래서인지 이 도시는 가는 곳마다 이렇게 꽃집들이 많습니다. 정열과 낭만의 도시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문학 특히 소설은 한 시대를 기록하기도 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과 숨겨진 곳을 들여다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웅을 재조명하기도 하고, 가식과 허위에 찬 인물들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인간 내면에 내재된 질투심, 시기, 폭력성을 들여다보게도 해줍니다.

따뜻한 감동이나 소소한 기쁨과 슬픔, 웃음과 즐거움도 전달해 줍니다. 이게 모두 인간이 좋아하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키호테는 그 시절 귀족들과 기사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면서 그들의 허위의식을 까발리고 억눌렸던 민초들의 마음에 통쾌한 웃음을 줍니다. 스페니쉬 (스페인어)로 된 작품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접해본 스페인 언어의 책들을 두서없이 올려봅니다. 스페인어는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라틴이라 불리는 남미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용됩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 파엘류 코엘류의 ‘연금술사’ ,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등등


위 책들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돈키호테와 같이 비현실성을 통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물론 이 중에서 남미 작품들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한 남미 문학의 고유성과 아픔도 담겨있습니다.

스페인 언어로 창작된 문학의 특징인 건가 내 맘대로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한 환상적인 해학과 상상력. 그 안에 있는 아픔과 글을 읽는 사람의 공감..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이런 앍는 재미를 주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돈키호테같은 주인공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있습니다. 일상 속 우스꽝스러움과 리얼을 제대로 버무린 현대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입니다.

대표작인 “남쪽으로 튀어”라는 소설은 우리나라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만 흥행은 별로였다고 기억됩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어떤 작가정신이 깃든 시그니처 같은 작품의 세계를 만든 작가는 그들의 세계관을 기리는 의미로 그의 작풍세계를 통틀어 월드를 붙이곤 하는데, “하루키 월드”처럼 히데오 역시 ‘히데오 월드’라고 부른답니다.


글을 쓰다보니 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주인공처럼 제 글도 스페인 , 미술, 문학 이러한 생각의 파편 (?) 들이 뒤죽박죽 엮인 글이 돼었습니다. 그건 흔들리는 비행기와 정리되지 못한 채 막 써버린 저의 탓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