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9월이다

(32일째) 금주(禁酒) 일기

by 하늬바람


나의 금주(禁酒) 일기 - 32일째


- 그래도 9월이다 -


(opening)


저번 편 ‘금주 30일째’ 이야기는 ‘피고 지고’ 였습니다.


‘꽃이 피기는 어려워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저의 음주, 금주 이런 것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앞으로도 나의 선택과 생활 속에서 계속 일어날 일이니 부디 조화롭게 잘 지내보길 기대해 봅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갸부터입니다.




금주를 시작할 때 첫 목표가 한달 이었으니 일단은 목표달성을 했습니다.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30년 정도를 쉼 없이 술을 마셨으니 1년 365일 중 약 300일 잡으면 약 9000일, 대략 10,000일 (만일) 정도 술을 마신게 됩니다. 그중 30일을 안 마셨으니 ,


(30/ 10,000)  =  0.003

0.003 x 100 = 0.3%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안 마신 날은 고작 쥐꼬리도 안될 요만큼의 분량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김에 조금 더 나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여건 속에서도 안마실 자신감이 붙은 게 큽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아져서 밀린 책도 읽고 브런치라는 소중한 공간에 자리 잡아 마음껏 글을 쓰는 게 좋았습니다. 물론 아직 많이 어설프고 부족해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예전에 밴드 등에 써놓았던 글도 다듬고, 장르별로 엮어도 보고, 새로운 책과 생각들을 추가해 ‘내맘대로 문학기행’ 을 연재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금주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나름 일기형식으로 자유롭게 써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은 게 저를 더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재 중인 ‘나의 금주일기’ 를 여기서 끝내기는 좀 아까웠습니다. 어디까지인지, 언제까지일지는 정하지 않으렵니다. 술도 생각도 글도 저 달처럼 내 안에 차오를 때가 있을 테고, 기울 때가 있을테니까요. .


9월도 벌써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이 노래를 꼭 찾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가 늘 시(詩)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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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9월이다 / 강산에


너와 나의 하늘 그 누가 몰고 왔나

온통 먹구름으로 가렸네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사랑 먹구름일지라도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하늘 갑자기 억수같이

굵은 장대비 들이 퍼붓네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사랑 장대비일지라도

그래도 9월이다.

매일 똑같지 않기를 바라는 그 시간들이

내 어깨 기대고서 살며시

잠이 든 널 보고 질투하나 봐


내 사랑 단 하나

너와 나의 저 하늘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하늘 검은 커튼 드리워

하얀 별빛들 너무 아련해

그래도 9월이다.

너와 나의 사랑 별빛이 아련한 밤

그래도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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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구름이 오락가락했고, 지금 9월 먹구름 가득 낀 하늘을 보니 이 문장, 노래가사가 더욱 다가옵니다. 태풍 소식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어느 노래가 시 아닌 노래가 있겠습니까만은,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상징성을 보면 이 노래는 그냥 9월과 사랑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9월은 여름의 끝자락이면서 가을이 시작되는 변화의 시간입니다. 변화를 상징하듯 먹구름도 많이 끼고 태풍도 몰려오고 한바탕 비도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여기서 그 9월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아닐까요? 세상의 모든 것, 계절도 사람도 사랑도 모두 변한다는 것, 9월은 바로 그 변화하는 기간의 상징입니다.

이 가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재미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지 않기를 바라는 그 시간들이

내 어깨 기대고서 살며시 잠이 든 널 보고

질투하나 봐"

이 문장에서 주어' 즉 주체는 '시간들' 입니다.

바로 변화하는 시간들(똑같지 않기를 바라는) 이 질투를 하는 겁니다. 누구를, 무엇을??...

'내 어깨 기대고서 살며시 잠이 든 널' 질투하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변화하기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겠죠.

내 어깨 기대고 잠든 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란 것은 이 순간이 변화하지 않고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것은 변화하는 순리 앞에서 변화하고 싶지 않고 또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9월은 곡식이 익어 풍성한 들판의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추수가 끝난 후의 텅 빈 들판이 되는 허허로운 이미지가 함께 겹치는 변증법적 시공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래도 9월입니다.

변화를 맞이해야 할 시간. 9월입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힘을 얻는 건 바로 이런 변화였던 것 같습니다. 독서, 여행, 글쓰기, 음주나 금주. . 같은 그리고 또다른 도전. .


그리고 야외 나가기 좋은 가을이 왔으니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새로운 연재 글도 써볼까 합니다.

제목은 나의 자전거 여행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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