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opening)
저번 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63일째’ 는 ‘좌측 늑골 6, 7번’ 이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가방 사건은 지금도 제 머릿속에서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작동되곤 합니다. 나의 판단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남 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잘못은 아닌지. 이 테스트 용기에 담가보게 됩니다.
요즘 저는 자전거로 인한 부상과 통증을 통해 저의 내면을 바라봅니다. 이 글을 쓰고나니 통증이 좀 사라진 듯도 하여, 좌측 늑골 제 6,7번이 잘 붙길 기대해 봅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 64일째
어제 통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육체적 통증보다 정신적으로 견디어야 하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가을이 한창이라 가는 곳마다 축제와 행사인데 그곳에 푸드 트럭과 주막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금주중이라 그런지 술자리가 더 끌립니다. 금지된 것에 더 끌리는 인간의 욕망 같은 걸까요. 견디어야 하는 정신적 통증은 주막 사이로 다니는 제 발걸음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데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중에 어떤 게 더 클까요?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통증에 대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라 말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마저 통증 역사를 망라한 듯한 ‘통증 연대기’ 입니다. 부제는 ‘인류 역사는 통증의 역사다.’
이 책의 저자는 본인이 통증에 오랜 기간 시달린 경험이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비해 육체적 통증이 훨씬 크다고 말합니다.
통증에서도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이게 뇌과학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통증과 쾌락이 뇌의 같은 회로에서 반응하고 처리되거나, 교차점이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진 겁니다.
그래서 매운 고추의 캡사이신이나 달콤한 초콜릿을 먹었을 때 묘하게 비슷한 쾌감이 느껴지게 됩니다. 고된 운동이나 마조히즘적 취향도 통증과 함께 쾌감을 느끼게되는 뇌의 이런 능력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을 참으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아마 금주에 대한 쾌감보다는 정신적 만족감이겠죠. 나 스스로 참아냈다는 자신감이 커지는 것이지, 피가학적 쾌감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통증 반응에 대해 비교했는데, 인상 깊어서 표시해 놓았습니다.
‘인간은 통증을 느낄 때 남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만 대다수 동물은 동료가 부상당하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게다가 부상당한 동물은 상처 부위가 쓸릴까 봐 무리나 가족에게서 떨어져 지낸다. 사람이 다가가면, 달아나려고 미친 듯 몸부림을 친다. 다리를 살펴보려고 접근하면 사슴은 머리를 필사적으로 뒤틀며 반대쪽 다리로 공격한다. 사슴이 아니라 여우나 늑대였다면 물었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인간의 사회성 때문일까요? 아마 동물들에게선 찾기힘든 공감능력 때문일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저도 동정심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다친 이야기와 통증 이야기를 이토록 장황하게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축제에 가서는 음주가 아닌 다른 쾌감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추억의 LP판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