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농담’
(내맘대로 문학기행)
2년 전 2023년 체코 출신 밀란 쿤데라 작가님이 94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노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인생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시절 내 머리속에 여러 의문들을 던져주고 사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또 역사적 사건과 실수들은 반복됩니다.
젊은 시절 나의 존재감을 참을 수 없이 가볍게 만들어준 그의 책들을 다시 빼서 읽어봅니다. 아직도 농담인지, 현실인지 시대는 흘러도 인간은 그 소설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운명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역사적 상황 속에서 농담 같은 한마디로 인생과 운명이 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상황을 아주 신랄하게 보여주는 밀란 쿤데라의 명작이 ‘농담’ 입니다. 역사의 실수에 관한 비극적 농담’ 이라는 설명이 붙어 다니는 책입니다. 저는 민음사(세계문학전집)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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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으로 유명한 작가의 첫 소설이 바로 이 책 '농담' 입니다.
작가의 주제의식은 이 책에서 시작되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존재의 가벼움 뒤에 농담을 읽다보니 작가의 의식을 거꾸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잘 성장한 어른의 어렸을때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랄까요.
국가와 이념이 지배하는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해지고 불운해질 수 있는지, 반대로 절대이념아래 인간이 얼마나 극악해지거나 교활해질 수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주인공인 '루드비크'의 인생은 마치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을 본 것처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주인공은 이념에 경도되어 있는 대학시절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농담 한마디를 엽서에 적어 보냈다가 '트로츠키 파'로 규정되고 그 집단에서 축출됩니다. 그리고 결국 탄광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겪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분노, 체념, 냉소 등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한 그처럼 끌려들어 온 주변의 독특한 캐릭터들의 동료들의 삶, 행동, 의식들을 통해 그 시대를 고발합니다.
한 시대에 광기와도 같은 잘못 경도된 집단의식 같은 것들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시켜 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학교의 리더였던 제네마크에게 배반당하고 먼 훗날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농담처럼 구성해 놓아 허탈함이 느껴집니다.
또한, 역사 속에서 인간들 간의 관계와 사랑의 감정은 어떻게 변하는지 작가특유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문장 속에 진지하게 질문함과 동시에 유머와 냉소주의를 던져줍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상징으로 등장하던 ‘중절모, 의자, 성적관계 등’ 이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그 장면은 '전구가 흔들리고 있는 작은방에서의 루치에 와의 만남과 육체관계를 둘러싼 다툼' 부분입니다.
이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주인공이 탄광생활 중에 사랑하게 된 '루치에'는 자기 육체적 고난을 벗어난 존재의 재탄생이나 선과 같은 이미지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그건 마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온 '테라자'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와 시대를 떠나 독립된 인간의 모습이 아닌 한 시대와 역사 속에 존재하는 인간을 보여줍니다.
특히 쿤데라 소설의 특징인데 문장 속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빌어 나오는 다소 형이상학적 문구들이나 어떠한 개념에 대한 정의들이 나옵니다. 그의 책이 단순한 소설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계속 곱씹어 보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쿤데라는 우리에게 절대 가볍지 않은 하나의 문장을 남겨주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