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 위대한 인물이 만든 역사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2015년 고속도로에 있는 서해대교에 낙뢰가 떨어져 교량을 지탱하고 있는 강선 케이블이 끊어지는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번개로 교량을 붕괴시킬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강했습니다.

그때 우연히도 내가 읽고 있던 자서전이 벤자민 플랭클린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이 자서전은 꼭 읽어봐야 된다고 소개해주신 책이었습니다.


인류 최초로 연날리기로 번개가 전기라는 것을 온몸으로 밝혀낸 분을 200년 지나서 자서전 책으로 만나고 있는데, TV로는 번개가 교량에 떨어지는 걸 보게 된 겁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짜릿한 전기가 흘렀습니다.

...

저번 글 ‘위인전, 자서전, 평전’에서 일반적인 개론과 넬슨 만델라 자선전 편에 이어 오늘은 이 분의 자서전에 대한 소감을 10년 전 낙뢰사건으로부터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번 글에서 위인전, 자서전, 평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습니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위인전과 평전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쓰인 책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비해 '자서전'은 본인이 쓰거나 구술한 내용이기 때문에 소설로보면 1인칭 시점에서 쓰인 책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서전은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느낌이 있습니다. 남들의 평가에 의해 그 사람을 읽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를 생생하게 보게 해 줍니다.


그리고 위대한 인물이 만든 역사를 함께 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읽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생성될 때의 이민자들의 자유와 독립, 도전정신이 지금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쓰인 자서전 중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는 중요한 업적들로 인한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하지는 100달러 화폐의 주인공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가능합니다.


지금은 최강대국이 된 미국이라는 신생국가의 기틀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것만 이었다면 이 정도의 위인으로 평가되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자서전이기에 장점만 나오는 건 아닐까 우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자서전은 그분의 목소리로 저의 궁금증을 채워주는 정도를 넘어 인간의 위대함을 배우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자서전이라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단점은 숨겼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분은 젊었던 시절 방탕했던 생활 등 자신의 잘못을 다 드러내고 있어 자기 고백서에 가까운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독서 관점에서 덧붙이자면, 요즘 읽고 있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지음)에 나오는 인물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비교하게 됩니다.

조던도 아주 전형적이고 노력 집착형 인물인데 방향이 잘못된 케이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벤자민은 자서전 책에서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마치 아버지의 편지를 읽는 느낌이 들어 더욱 살갑게 느껴집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분의 지치지 않은 노력과 고귀한 인간성이었습니다.

인쇄소에서 일을 하던 20대에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완벽한 인격자가 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세웠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자서전에 나온 글을 옮겨봅니다.


" 이 무렵 나는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겠다는 무모하고도 어려운 계획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어떤 경우라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타고난 것이든 친구들 때문에 얻은 것이든 나쁜 성향이나 습관이 있다면 모두 정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조심하다 보면 얼떨결에 생각지도 않은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조금만 방심하면 나쁜 습관이 나타났고 이성으로 누르기에는 너무 강했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신념만으로는 실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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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프랭클린은 13가지 덕목과 규율을 정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절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겸손 등 이런 기본적인 항목들입니다.

이 모든 항목들을 한꺼번에 실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해보았던 해결 방법도 알려줍니다.

항목별 표를 만들어 1주일에 한 가지 덕목씩 실천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못한 부분을 검은 점을 쳐가면서 서서히 고쳐나가고 항목도 늘려 나갑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말로나 구호만의 규율이나 개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분의 생활 속 실천을 보고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저도 그의 말씀대로 하나씩 실천해 보기도 하고 표도 만들어 보았는데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실천하고 기록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 또다시 시작하고 습관이 되도록 계속 도전해보기는 합니다. 요즘에는 절제와 근면, 독서와 글쓰기 등 몇 가지 목표를 저에 맞게 변경하여 실천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책에 나온 절제의 실천방법은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o 절제 : 배부르게 먹지 마라. 취하도록 마시지 마라.


흥미 있는 번개와 전기 이야기로 잠깐 들어갔다가 오겠습니다..

1700년대 즉,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벤자민이 살던 시대에는 번개가 전기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요즘 상식으로는 당연한 거지만 상식으로 정립되기까지는 누군가의 실험적 도전이 있어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당시 벤자민이 번개가 전기라는 걸 주장하자 주류학자나 많은 사람들이 그 증명이 틀렸다거나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벤자민의 그 유명한 연날리기 실험을 통해 전기임을 증명하고 피뢰침이 만들어지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날의 일기입니다.

-- 피뢰침을 실험하는 날 프랭클린의 일기 -

나는 아들 윌리엄과 함께 위대한 실험을 시도했다.

비가 올 것 같아 날씨가 흐려지자 연줄에 철사를 늘어뜨리고 그 끝에 비단 리본으로 금속열쇠를 단단히 동여맨 뒤 구름 속으로 연을 날렸다.

한 두 방울 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기다리던 번개가 치자 나는 얼른 열쇠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열쇠에서 퍽하고 불꽃이 일어났다. 매우 강한 충격이 있었지만 나는 아픔보다 기쁨을 훨씬 크게 느꼈다.

이 실험으로 번개가 구름 속에서 생기는 전기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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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의 그 두껍고 강한 철선을 끊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번개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연을 날려 그 정체에 자기 손에 대보려고 한 용기와 실험정신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당시에도 낙뢰에 죽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목숨을 건 실험이었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했고, 과학자, 외교관, 문필가, 사회운동가, 교육자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분이기에 책을 읽기 전에는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까지 들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발명가로서도 탁월한데 ‘피뢰침, 초점 렌즈, 인쇄소 판 개조, 요즘엔 일반적인 대출 도서관 시스템’ 도 이 분이 만든 것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고마워야 할 대목이 너무 많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번에 저희 사무실에 도서관을 만들면서 이 분 책을 비치하지 않았네요. 내일 당장 제 책이라도 기증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어렸을 적 가난하고 평범하고 별 다를 게 없는 그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비범함이나 천재성 이런 것과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하고 지혜로운 지도자로 꼽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이지만 그 다재다능이 꾸준히 쌓아가는 엄청난 노력에 의했다는 것은 그의 자랑이 아니라 기록에서 알 수 있습니다. 경력이라고는 학교는 10살 중퇴, 비누공장, 인쇄소 노동자, 등등


그 와중에도 인쇄소에서 글쓰기 배우는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 평범함이 어떻게 위대함으로 변해가는지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절제, 근면, 겸손과 같은 그의 사고와 구체적 실천과정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겸손하고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과 집단에 대한 애정을 앞세우는 걸 보면서 도덕적 인격적 완성을 실천으로 추구해 가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우리 인류에 만델라, 체게바라, 벤자민 이런 인물들이 있기에 인류를 단지 호모 사피엔스 종이라고만 부르기에 머뭇거려집니다. 왠지 그 동물들의 종분류에는 이 분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니까요.


번개가 연줄을 타고 벤자민 플랭클린의 손에 기쁨의 충격을 준 것처럼, 나에게도 2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그의 사고와 실천력이 짜릿한 충격을 전해줍니다.

그건 바로 평범하지만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알았다고나 할까요. 그분처럼 위대해지진 않더라도 그 길이 저를 행복하게 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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