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사랑하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이란 소설이 최근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로맨스만은 아닌 소설.

캐릭터들이 뛰어나지만 캐릭터만이 뛰어난 것은 아닌 소설, 당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그 시대만이 아닌 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고 시대를 넘어섰다고 할만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19세기 작품이 지금도 읽히고 영화로 리메이크되는 거겠죠. 제인 오스틴의 이 소설은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소설이 로맨스의 새로운 시초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페미니즘적 소설이라고도 합니다.

어쨌든 이 문학작품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이 작품 이후로 많은 아류작과 이런 구도나 분위기의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여성에게 참정권 즉 투표권이 없던 시절에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로맨스의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오만과 편견' 이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게 하고 오해를 낳는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이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만' 이라는 단어는 '거만' '교만' 이런 단어와 비슷한 의미를 갖습니다.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신기하게도

오만(傲慢)의 '오' 자는 '거만한 오' 자이고

거만(倨慢)의 '거' 자는 '오만할 거' 자라고 나옵니다.

결국 비슷한 단어라는 뜻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 뉘앙스는 좀 다릅니다. 거만은 태도나 행동을 이야기할 때 쓰이고 오만은 어떤 이의 의식이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쓰입니다. 그리고 교만은 더 깊은 내면을 이야기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자만이란 단어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저도 오만, 거만인지 자만인지 모르겠지만 살면서 많은 실수를 범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자전거로 라이딩을 하다가 핸드폰 통화하면서 한 손으로 운전할 때였습니다.

자전거 좀 탔다고 오만했던 겁니다.

앞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앞으로 고꾸라져 갈비뼈가 두 개나 부러져서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절대 오만하거나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저의 가장 큰 오만은 '책'을 선택하거나 읽기 시작할 때 많았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 뭐 그렇고 그런 책이겠네 하고 오만하게 생각하다가 책을 읽으면서 번번이 깨져나갔습니다. 책이라는 건 어찌 보면 그 책을 쓴 사람의 수년간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연구결과와 삶의 깊이가 오롯이 담긴 보물창고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겸손해진다고 합니다. 세상은 제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지, 저보다 훨씬 지식이 많고 지혜가 넘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카프카의 말처럼 책은 나의 오만을 깨뜨리는 도끼 인 셈입니다.


이제 오만과 편견에서 '편견' 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편견은 늘 피해야 하는 거지만 선입견처럼 인간에게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경계해야 되는 거라 생각됩니다. 무지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혐오를 낳게 되고, 혐오는 폭력을 낳게 됩니다. 요즘 보게 되는 우리 사회 모습도 여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인종, 정치, 종교, 세대, 젠더, 소수자에 대한 많은 무지와 편견이 어떻게 혐오와 폭력으로 까지 이어지는지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혐오가 세력화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배웠음에도 아직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걸 벗어나기 위한 많은 몸부림과 저항, 노력들도 보게 됩니다.



저는 '오만과 편견' 같은 ‘00과 00 ‘ .. 이런 제목을 좋아합니다. 오만과 편견은 약간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한 제목인데,

‘냉정과 열정사이' 이 책 제목은 대칭되는 두 단어를 배치해 놓은 제목입니다.


사람관계나 사랑이란 건 열정과 냉정 그 사이를 오고 가곤 합니다. 그런 이야기인데 이 책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일본의 두 작가가 각자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 입장에서 각자 같은 상황을 달리 쓴 교차 소설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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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처럼 두 단어를 비대칭적 결합을 시키는 제목도 있습니다.

'노인'이라는 연약한 인간과 거대한 자연인 '바다'를 연결시켜 그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줍니다.

저는 이런 제목들이 주는 간결함과 강렬한 느낌이 좋습니다. 제목 속 두 단어사이의 간극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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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에 반대말은 ‘겸손과 공감’, 또는 배려, 객관적 사고, 이런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데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고슴도치들이 너무 추워서 온기를 나누려고 함께 뭉쳤는데 몸에 난 가시가 서로 찔러서 뿔뿔이 흩어졌답니다. 그랬더니 또 너무 추워서 다시 뭉쳤답니다.”

혼자 추운 것보다는 서로의 가시에 찔리더라도 뭉치는 게 낫다는 이야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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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가족이나 친구, 직장, 모임 등등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같이 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죠.

고슴도치처럼 몸에난 가시는 옆사람이나 주변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옆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가시를 누그러뜨리거나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혹시나 나의 가시에 다치면 미안해합니다.

그게 겸손과 공감. 배려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오만과 편견’ 에 나온 문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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