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문학
(내맘대로 문학기행)
진주귀걸이를 한 소네
- 미술과 문학
며칠 전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을 보게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다의 문명을 통해 청금석이 교류되고 칼라풀해진 인류 문명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오랜만에 이 그림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청금석 - 소녀의 머리띠의 색깔을 내기 위한 귀한 안료랍니다.)
이번 편을 미술과 문학으로 잡은 건 순전히 최근에 이 그림을 보게 된 것과, 미술과 시가 함께 있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그림들이 문학으로 표출되는걸 나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미술은 예술분야에서 공간의 제약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벽에 걸어놓고 감상해야 되기 때문이죠.
물론 요즘엔 인터넷 때문에 이런 제약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인간이란 동물이 특이해서 비싼 여행비를 치르고라도 원작을 그 자리에 가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 제약은 여전합니다.
음악이나 공연은 여러 공간에서 연주자나 연극인만 있으면 재현되지만,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미술처럼 계속 걸려있을 순 없으니까요.
이것도 현대에는 영상으로 대체되지만,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들이 꼭 직접 보는 걸 좋아하잖아요.
벽에만 걸려있던 작품에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이 그림은 공간을 뛰어넘어 이야기 구조를 가지면서 책과 사람들의 삶 속으로 훨씬 더 생생하게 들어오게 됩니다.
회화가 문학으로 승화된 작품 중 최고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를 꼽고 싶습니다.
앞서 보신 그림이 바로 비싼 청금석을 사용해 머리 스카프 색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명작입니다.
그림의 원작자인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네덜란드 화가이지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림의 배경도 궁금 투성이라,
미국의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좋았다고 하네요.
이 회화를 소설로 만든 작가는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은은하고, 그 당시의 시대상과 인간의 감정을 잘 녹아놓았더랍니다.
화가의 집에 어린 나이의 하녀로 들어간 그리트와 그 집주인인 화가의 미묘한 감정선, 화가 부인의 귀걸이를 몰래하고서 모델을 하게 되는 과정은 독자의 심장을 은근히 뛰게 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스카렛 요한슨 주연으로 원작을 잘 살렸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루브르 박물관의 다빈치 작품을 중심으로 한 기호학적 추리소설로 아주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소설로는 "시녀"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에곤 쉴레의 작품을 책표지에 쓴 김연수 작가의 "밤은 노래한다"
그리고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 이야기를 붙인 "바람의 화원"이라는 팩션 소설도 너무 훌륭합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우선 떠오른 것만 이야기해도 이런데 언젠가 한번 체계적으로 더 정리해보고 싶네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문학이나 글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건 성경입니다.
수많은 성경 속 장면들이 회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 등등. 당시 글을 모르는 대중들에게 쉽게 교리를 전파하는 건 그림만 한 게 없습니다.
그림과 조형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상징성과 함께 계속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학과 미술은 주제와 소재면에서뿐만 아니라, 그 표현형식적 면에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많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좋은 그림과 글이 늘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