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것들
(내맘대로 문학기행)
아이패드로 이팝나무를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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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이팝나무가 한창이라 그냥 그려보았습니다. 조잡하지만 그림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좋은 방법이라 그려보았답니다.
글이 없던 시절엔 그림으로 모든 걸 표현했겠죠.
글이나 그림 모두 자신의 표현방식이자 의사소통 도구입니다.
글이나 그림은 현실을 모사해서 남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기도 하면서 예술의 경지로 올라섭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진과 달리 글과 그림은 과장, 축소, 생략, 각색등을 거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탄생됩니다.
그래서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지만 있을법한 현실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건 너무나 따분한 일이겠죠. 충격적인 사건, 갈등, 분노, 복수의 세계가 소설의 세계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요즘 일어나는 일들은 소설보다 더한 일들이 많아 가끔은 현실과 허구의 세계가 바뀌어가나 생각도 들곤 합니다.
그래서 현실을 모방하는 게 가상이거나 허구이지만,
그 모방된 허구를 다시 현실이 모방하는 게 요즘 현대사회의 특징적 모습이라고도 하지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이팝나무의 이름은 배고프던 시절 쌀밥(이밥)을 먹고 싶어 하얀 쌀처럼 뭉게뭉게 피어난 꽃잎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답니다.
특히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 이팝이 뭉게구름처럼 한창입니다.
쌀은 아니지만 쌀을 가상으로 모방하여 사람들의 감정과 배고픈 현실을 담아낸 소설이나 그림 같은 이름을 갖게 된 나무..
다시 말해 이팝나무는 배나무, 사과나무 등처럼 실존하는 열매의 나무하고는 다른 비현실적 소설 같은 나무 인 셈입니다.
쌀밥(이밥)이 열리지 않는 허구의 이름을 가진 나무를 보면서, 제가 허구의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고,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감성이나 감정이 일어날 테고,
다음날 길을 가다 문득 현실 속 실제하는 이팝나무를 보면서 이 글과 그림을 떠올리게 되는 게,
바로 허구와 현실의 상호 영향 같은 거 아닐까 싶네요..
"유발 하라리"가 쓴 베스트셀러 "호모 사피엔스"에서도 인간이란 종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이유가
가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니 가상의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돈, 즉 채권과 빚으로 도로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교통체계에 대한 약속만으로 운행하고, 그것마저도 요즘은 자율주행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현물이나 화폐도 아닌 신용카드로 하이패스를 다닙니다. 요즘에는 아예 모양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상화폐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등 온갖 가상의 세계가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일상이 돼 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상의 이름을 가진 이팝나무는 호모사피엔스인 인간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이팝나무를 꽃가루 주범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뭉게뭉게 하얗게 뭉쳐있는 건 꽃잎들입니다.
민들레나 소나무에서 나와 날아다니는 꽃가루 같은 게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