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여름 꽃들

능소화, 수국, 달맞이꽃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내가 좋아하는 여름 꽃들

- 능소화, 수국, 달맞이꽃



제가 좋아하고 저와 함께 사는 꽃들입니다.

이 뜨거운 여름에 더 활짝 피어 있는 꽃들입니다.

위에서부터 능소화, 수국. 낮달맞이꽃 순서입니다.


우선 능소화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능멸할 능, 하늘소,”. 이름부터 대단합니다.

하늘이 아무리 높아도 거침없이 올라가고 한여름 햇볕이 아무리 따사로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피어나는

여름 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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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

생략

(아이패드로 그려본 능소화)


실제로 능소화는 다른 꽃들과 많이 다릅니다.

보통 낮에 꽃잎을 열었다가 저녁에는 꽃잎을 다무는데

능소화는 어두운 밤에도 등잔불처럼 환하게 피어있고, 어느 날 등불이 꺼지듯이 소리 없이 떨어집니다.

꽃들도 얼마나 많이 피우는지, 보고 있으면 정신을 빼앗길 정도입니다. 나의 최애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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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수국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 (아리랑, 태백산백, 한강) 중 아리랑에 나오는 ‘수국’이라는 인물에 대한 대목을 아래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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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누나를 다른 누나들보다 유난히 좋아했던 것은 얼굴이 예뻐서만은 아니었다.

바로 꽃이름인 누나의 ‘수국‘이라는 이름 탓이기도 했다.


누나가 태어난 날 마당가의 수국꽃이 만발했다는 것이다. 아들 하나를 낳고 딸을 내리 셋을 낳게 되자 할머니는 너무 서운해 마루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당가에 활짝 핀 수국꽃덩어리가 부처님 얼굴로도 보이고 관세음보살님 얼굴로도 보이더라는 것이다. 할머니는 곧 합장을 하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다음엔 꼭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수국꽃덩어리가 그리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님 모습으로 보일 때 축원을 올리면 힘없이 소원성취가 된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래서 누나의 이름도 수국이라고 지었고, 그 덕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그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듣고 자라면서 수국이 누나와 더욱 정이 깊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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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꽃 중에서도 ‘수국’을 제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등장인물의 이름에도 반영하여 시대상을 반영한 여성으로 등장을 시켰답니다.


소설 속 인물인 ‘수국’ 은 뛰어난 미모로 험난한 일을 겪지만 독립운동에 투신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면서 민족의 운명과 같이 하는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작가의 수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느껴지지 않나요.


보성에 가면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는데 갈 때마다 넓게 펼친 갯벌가를 배경으로 소설 속 주인공의 무대였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수국이 나오는 ‘아리랑’ 소설은 태백산맥의 앞쪽 이야기인데도 태백산맥이 출간된 이후에 집필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화려한 수국의 꽃은 실제로 잎 부분인 꽃받침대인데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진화한 거고, 토양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집니다..

알게 되면 모든 게 신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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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달맞이꽃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선 저와 함께 사는 분홍색 달맞이는 낮달맞이 또는 꽃달맞이라 불리는 꽃으로 낮에 핍니다.


원래 달맞이꽃은 달이 뜰 때 피는 꽃입니다.

어쩌다 밤에 피는 꽃이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알록달록 화려함과 온갖 향기를 뿜어내는 꽃들과 경쟁이 힘들어 밤을 선택하여 피어났겠죠.


은은한 달빛아래 꽃봉오리를 열고 벌과 나비를 불러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생존전략 같은 걸거라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그 달빛사이로 날아드는 벌과 나비들도 한낮의 힘센 녀석들과의 경쟁을 피해 달밤을 선택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변방, 비주류, 언더독들의 만남은 언젠가 세상을 바꾸게 되겠죠..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신 김주영 님의 소설 속 일부를 옮겨봅니다. 교과서에도 실려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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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합니다.


보통 꽃들은 봄에 피어납니다. 가을엔 국화류가 꽃을 피워냅니다.

뜨거운 여름에 피는 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피어나는 능소화, 수국, 달맞이꽃은 각기 전략이 다릅니다.


능소화는 하늘과 태양을 기어이 이겨내겠다고 꿋꿋이 피어나고, 수국은 잎모양을 꽃으로 바꿔서라도 여름을 견디며 생명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달맞이꽃은 뜨거운 낮을 피해 은은한 달빛에 기대어 다음 세대를 이어나갑니다.


그래서 생명이 아름답습니다. 이 꽃들이 아름답습니다.

제 삶도 이와 다름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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