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연후지송백지후연
엊그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더니 급기야 눈 비까지 날립니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 이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뜻으로, 때가 되고 무언가 좋은 상황이 오긴 왔는데 뭔가 제대로 된 게 아닌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요즘 날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한 듯합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세한연후 지송백 지후연)
이라는 글귀를 떠올려봅니다.
여기서 세한(歲寒)은 매우 추운 날이라는 뜻입니다.
즉, "날씨가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알 수 있다."는 글입니다.
이 문구를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귀양지에서 '세한도'라는 그림으로 형상화해서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기개를 꼿꼿이 세우는 소나무와 잣나무에 빗대서,
춥고 어려운 상태가 되었을 때야 진정한 벗이 누군인지 알게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내가 잘 나갈 때에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지만, 내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진정한 벗 한 둘만 남거나 아무도 남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벗이 없다면 너무 비관하지 마시고, 내가 남에게 그런 벗이 되었는가 생각해 보는 게 더 나을 겁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그러길 바라는 건 좀 그렇죠.
그리고 벗은 꼭 사람만이 아니니 그런 벗이 없다면 너무 비관하지 마시고, 좋은 책이나 술을 벗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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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맹자가 말하길 친구도 단계가 있는데
1단계 : 주식형제 (酒食兄弟)
즉 같이 술과 밥을 먹는 형제 같은 친구입니다. 다들 있으시겠죠.
이런 친구 많이 없으면 음.. 평소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듯합니다.
2단계 : 급난지붕 (急難之朋)
정말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 남들이 비난해도 나를 옹호해 주는 친구입니다.
이 정도의 친구 몇 명 떠오르시나요?
3단계 : 막역지우(莫逆之友)
서로 거스름이 없는 친구, 즉 아주 친한 친구를 이르는 말입니다. 흔히 막역한 사이라고도 합니다.
내가 어떤 심각한 일을 당했거나 일을 벌였어도 나를 도와줄 정도의 친구입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래도 찾고 싶다면,
맹자가 말한 막역지우 친구 찾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완전히 망하거나 귀양 가거나랍니다.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에 귀양 가서 그 마음을 담아 세한도를 그렸습니다.
여기서 맹자의 진정한 친구 만드는 방법 더 알려드립니다.
1. 나이초월
2. 지위초월
3. 배경초월 이랍니다.
이런저런 조건, 이해관계로 나에게 온 사람은 그 조건이 없어지면 떠나가는 거겠죠.
그런 의미로 책소개 하겠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님이 쓰신 추사 김정희 평전입니다.
《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추천사를 옮겨봅니다.
"인문학 공부의 최종 목적지는 평전이다.
노성한 학자의 경지에 이르러야 제대로 쓸 수 있다.”
평전, 자서전, 위인전에 대한 차이와 이야기는 길어질 수 있어 다음번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홍준님이 쓰신 책중에 추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번 언급되는데, 그중에서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에 귀양 갈 때와 그 시간 속 삶이 잘 표현돼있어 찾아서 일독하시길 추천해 봅니다.
봄바람이 아닌 때아닌 세한에 벚꽃들과 나무들이 떨고 있는 게 마음까지 춥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로 그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