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과 여인의 향기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다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성장소설과 여인의 향기 -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다



요즘 가을감성이라 글발이 왕성해져서 글을 쓰는 빈도가 늘어납니다. 금주로 인한 영향도 무시 못하겠습니다.

금주 이야기는 브런치 매거진 ‘슬기로운 금주생활’에 연재하고 있는데, 금주를 하다 보니 예전 음주횟수 만큼이나 글 쓰는 일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술로 인한 즐거움만큼 읽고 쓰는 기쁨도 큽니다.


오늘 문학의 주제는 성장소설로 하려는데 이런 장르문학을 다루다 보면 나열식 전개가 돼서 내용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점이 있습니다. 앞서 제 글에서 다룬 공상과학, 추리, 에로티시즘, 일본문학 등 장르 소재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렇습니다.


제가 장르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잘 보여주면 더 좋은 글이 될 텐데, 그저 제가 읽고 생각하는 수준의 글이니 아무래도 부족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러 방식으로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때론 가볍고 감성적이거나 주관이 강할 때도 있을 테고, 때론 너무 건조하거나 딱딱할 수도 있습니다.


성장소설이라는 장르는 통상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통의 과정을 다룬 문학을 이야기합니다.

이 분야는 헤르만 헤세가 유명합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 고뇌하고 방황하는 소년의 모습을 드러내고, 기존 제도와 기성세대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도 대표적인 성장소설입니다.


제가 청소년기에 이 책들을 읽었을때 내용이나 상황이 잘 다가오지가 않았습니다. 외국 내용이라 그럴수도 있고 내 상황이 그와 비슷하지 않아서 였을도 있습니다. 제가 좀 더 성장한 후에 읽어도 마찬가지인거 보면, 확실히 제 취향은 아닌듯합니다.

하지만 국내 성장소설은 좀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읽고나서 기억에 남은 책들은

김형경 님의 꽃피는 고래,

신경숙 님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김려령 님의 '우아한 거짓말'

‘완득이’. 등입니다.


최근 넷플릭스로 본 '은중과 상연' 은 감정이입이 깊게 되는 잘 만든 성장소설류 드라마였습니다. 손을 못 놓고 쭉 보게 되는 소설처럼 밤새 봐야 되는 그런 작품입니다.

두 주인공은 오랜 기간 서로에게 기대고, 또 반목하고 다시 만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성장해 갑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는 우정, 질투, 애증, 등 묘하고도 복잡한 감정들을 다 녹여낸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일반적인 성장소설은 소년이 방황하며 커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가는 아이나 소년의 모습을 통해 주변의 어른이 성장하게 되는 그런 성장소설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 성장소설도 있고 양방향 성장소설도 있고, 역성장소설 등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저는 단순한것보다는 그런식의 한번 더 변화가 있는 소설이 좋습니다.

아마 제가 아직 성장이 덜된 어른이라서 그럴 겁니다.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 에 나오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의 성장 같은 이야기가 그런 류의 대표적 작품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런 부류의 작품으로는 '여인의 향기'를 뽑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소설인데 여러 번 영화가 만들어졌고 제 기억 속에 감명 깊게 남아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영화로는 알파치노의 연기가 돋보인 동명의 미국영화가 가장 유명합니다.


시력을 상실한 퇴역군인과 그를 돌보는 알바 고등학생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배워가는 일종의 양방향 성장소설입니다. 소년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고집쟁이 군인은 사회성을 배우게 됩니다.


성장하면서 배우게 되는 사회성과 정의의 문제, 옳은 게 있는지, 있다면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나름 철학적 고뇌를 하게 합니다. 예술적 감흥과 재미도 대단한 작품입니다. 자존심 강한 맹인인 알 파치노가 눈이 보이는 척하며 탱고를 완벽하게 추는 장면이.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만약 탱고를 추다가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게 되는데,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영화 속 대사인데 우리 삶을 비추어보게 됩니다.

서투르고 실수가 반복되고, 서로를 오해하고, 삶의 스텝이 엉키고 꼬이고, 이러저러한 실패를 경험하고 그러는 게 인생 자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텝이 엉키거나 박자를 못 맞추더라도 음악은 흐르고 세상은 잘만 돌아갑니다. 너무 잘하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 필요는 없는 거라고 탱고는 이야기합니다.


대신 내가 옳다고 생각한 걸 실천하고 사는지, 나의 삶이 충분히 행복한지, 실수하더라도 도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즐기고 사는지 물어봅니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는 당연해도 남의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문제 이긴 합니다. 그런 사람하고는 같이 탱고를 추지 않으면 됩니다.


여인의 향기와 탱고에서 말하는 그런 좋은 물음과 고민을 해본 사람들에게선 향기가 납니다. 은은하면서도 깊고 좋은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모델삼아 아이패드로 스케치하듯이 그려보았습니다..


위에는 약간 은은한 느낌. 아래는 도도의 향기를 담아보려한그림입니다.


성장소설처럼 어른이 되서도 가끔 방황하고 스텝이 꼬이더라도 내면적으로 단련이 되서 좋은 향기가 제 옆에 머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