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봄꽃은 말없이 짐을 싸고
내년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했다
비 내리는 창가엔
진주처럼 맺힌 망울이
지나간 계절을 속삭인다
화사한 여인처럼
오월은 정원 가득 피어나
초록 잎의 어깨를 덮고
햇살을 꽃잎처럼 흩날린다
살포시 웃는 네 잎 클로버
그 수줍은 웃음 속에서
나는 너를 본다
닮은 듯, 꼭 닮은 너의 눈빛처럼
사랑은 그렇게
행운이 되었다가
아픔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안다
아픔도 사랑이었다는 것을
오월이 스며든 오늘도
너의 이름을 가만히 새기며
달빛에 젖은 내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내가 너였던 날들의 향기 속에서
다시, 오월이 피어남을
<글 쓴이의 말>
계절은 늘 말없이 흘러가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마음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봄이 끝나고 5월이 무르익을 때면, 유난히 가슴이 말랑해집니다. 피었다가 스러지는 꽃처럼,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빗방울처럼, 사랑도 그렇게 다가왔다가 조용히 녹아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시는 지나간 계절과 함께 떠오른 어떤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을 닮은 네 잎 클로버처럼 소중한 기억에 대한 고백입니다. 아픔마저도 사랑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때, 우리는 진심을 말할 수 있게 되죠.
달빛 아래 조용히 이름을 불러보는 마음, 그 떨림을 시에 담았습니다.
당신의 오월에도 따뜻한 기억 하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