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의 끝, ‘도’의 시작

일만 잘하던 시대를 넘어, 삶을 잘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하여

by 이정호

현대 사회는 점점 더 길어지는 인생과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처럼 한 우물만 파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온전히 대비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다층적인 시선을 지닌 사람, 다시 말해 ‘도(도움이 되는 능력)’를 갖춘 사람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 글은 한 가지 일만 파고드는 ‘만(only one)’의 삶과, 다양한 활동과 능력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도(and also)’의 삶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일만 잘하는 사람’의 한계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는 A 씨는 동료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매일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주말에도 업무 보고서를 정리한다. 하지만 정작 회식 자리에선 대화 주제가 회사 일을 벗어나면 말이 없다. 취미도 없고, 운동도 안 하며, 가족과의 시간도 최소화한다.


그에게 ‘삶’은 곧 ‘일’이다. 언뜻 보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회사가 변화하거나,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이 닥쳤을 때 그는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일 외의 세계’가 없기에, 그 외의 세계에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힘도 없다.


이는 마치 한 줄기밖에 내리지 못하는 뿌리와 같다. 깊게 뻗었지만, 땅이 메마르면 금세 마른다. 반면, 사방으로 얕게나마 여러 갈래로 뿌리내린 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버틸 힘이 있다.


‘도하는 사람’의 확장된 세계


반대로 B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퇴근 후에는 동호회에서 플루트를 연주하고, 주말에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다. 요가로 체력을 단련하고, 최근엔 온라인 강좌를 통해 인공지능 개론을 수강하고 있다. 그에게 ‘직장’은 삶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관심사와 인간관계를 통해 그는 삶의 여러 층을 경험하며, 위기의 순간에도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그는 마치 ‘하나의 색’이 아니라 ‘팔레트’를 지닌 사람과 같다. 어느 한 색이 닳아도, 다른 색으로 삶을 그려갈 수 있는 유연함과 창의력을 가진 것이다.


이런 삶의 방식은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주말마다 가족과 가까운 산을 오르거나, 계절마다 다른 꽃을 찾아 사진을 찍는 이도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경험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결국 더 유연하고 통찰력 있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조직 내에서도 그는 더 풍성한 의견을 내고,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 인재가 된다.


미래는 ‘도’의 사람에게 열려 있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단순한 업무를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경험을 조합하고 통찰하는 능력’이다. 다양한 경험은 결국 창의력과 융합의 씨앗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는 단순히 한 가지 기술에 능한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가치를 엮을 줄 아는 사람이 선구자가 될 것이다.


‘만’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오직 하나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점점 좁아지는 길 위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도’를 갖춘 사람은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채, 유연하고 탄력 있게 살아간다.


우리 모두에게는 지금 이 순간, ‘만’을 넘어 ‘도’의 세계로 향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열려 있다. 삶은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여러 색으로 채워지는 캔버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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