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물결 대신 숨죽인 숨결,
그대는 호수 위에 번진 아침이었다.
밤을 삼킨 시간의 끝에서
구름 한 조각, 심장처럼 맺혀
하늘은 조용히 사랑을 되새긴다.
찬란은 외침이 아니고,
깊게 잠든 물결 속 응답.
그대는 빛이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흔드는 울림.
멀리 있어 닿지 않고,
가까이 있어 닿을 수 없는 그대여.
그대의 색은 말보다 깊어
이 아침,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름이 아닌 질문이며,
빛은 정답이 아닌,
한 줄기 흔들림이라는 것을.
<글쓴이의 말>
어느 조용한 아침, 호수 위로 번져오는 빛을 바라보다 문득 ‘사랑’이란 감정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뚜렷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닿을 듯 닿지 않으면서도 내면 깊은 곳을 흔드는 감정. 이 시는 그런 ‘사랑’과 ‘존재’의 결을 조용히 되새기며 써 내려간 마음의 기록입니다. 말보다 깊은 울림이, 독자의 마음에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