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의 의미

삶을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by 이정호

프롤로그


우리는 종종 ‘잘 산다’는 말 앞에서 멈춰 섭니다. 남보다 나아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자꾸만 시험합니다. 그러나 문득, 아무도 없는 저녁 공원에서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 혹은 오래된 친구와 말없이 웃고 있을 때, 마음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잘 살고 있는 거야.’ 이 글은 그런 순간들을 모아 엮은, 조용한 삶의 기록입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빛나는 잘 삶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되짚어보려 한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높은 자리에 오르고, 많은 돈을 벌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삶일까.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자주 멈춘다.


흔히들 ‘잘 산다’는 말은 부, 권력, 지위와 같은 외적인 성공을 떠올리게 한다. 멋진 차, 넓은 집, 이름만 대면 아는 직장. 많은 이들은 그 기준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간다. 마치 그 길만이 정답이라는 듯, 타인의 시선을 등불 삼아.


그러나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그렇게 살아서, 우리는 정말 행복했는가. 외적인 기준은 삶의 틀을 만들지만, 그 틀이 곧 삶의 본질이 되지는 않는다.


무엇이 진정한 ‘잘 사는 삶’인지 모른 채, 우리는 정해진 경로 위에서 열심히 살아왔다. 때로는 누군가의 기준에 나를 맞추며, 내가 아닌 타인이 만들어놓은 ‘좋은 삶’이라는 껍질 안에 자신을 가두기도 했다. 이제는 그 틀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 나는, ‘잘 산다’는 말을 다시 써보고 싶다.


잘 사는 삶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무대 뒤, 조용히 내리는 커튼 뒤의 평온이다. 누구의 박수 없이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 그 자체가 잘 사는 삶이다. 내면의 평화. 그것이 진짜 부다. 눈부시지 않아도 좋다. 소소한 기쁨 앞에서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면 족하다.


늦은 오후, 마음 맞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세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찻잔에 피어나는 온기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데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시간. 그 시간만큼 ‘잘 사는 삶’을 실감케 하는 것도 드물다. 하루에 하나씩, 작은 실천을 해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성취감.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책 한 장을 넘길 때의 고요한 울림. 이 모든 것이 ‘잘 사는 삶’이다.


비교는 참 잔인하다. 남의 삶은 늘 화려해 보이고, 나의 삶은 어딘가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겉으로 빛나 보이는 삶일수록 그 속엔 쉽게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숨어 있다.


오히려 마음을 울리는 책 한 권이, 낯설지만 진심 어린 편지가, 오래도록 기억되는 삶의 조각이 되곤 한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습관,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는 그 사소한 행동들이 내 삶에 리듬을 만들고, 나만의 시간을 흐르게 한다.


결국, 잘 산다는 것은 다른 누구의 삶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문장을 내가 써 내려가는 일이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 대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묵묵히 걸어가는 여정. 어쩌면 잘 사는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를 정갈하게 마무리하고, 아침 햇살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개 숙여 미소 짓는 순간. 그런 작고 조용한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비로소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잘 사는 삶이란, 내면의 침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이해하며,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남들보다 늦어도 좋다. 비바람을 맞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발로 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삶은 숫자로, 직함으로, 평점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스스로에게 진실했던 사람만이 아는 따뜻한 무게가 있다. 우리는 때로 삶의 의미를 너무 멀리서 찾는다. 하지만 진정한 기쁨은 늘 가까이에 있다.


바람 부는 저녁의 고요함, 내 이름을 불러주는 한 사람의 온기, 무릎 위의 책 한 권, 그리고 나지막이 흐르는 음악 한 곡.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나만의 고요를 지켜내는 것. 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살아내는 것. 그리고 나만의 색으로 이 삶을 물들여 가는 것이다.


그 여정이 멀고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걷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잘 살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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