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리는 손(詩)

by 이정호

커피를 내리는 손


이정호


잔 위에 내려앉은

햇살 같은 마음 하나


유리컵 속 얼음이

서로를 비추며 녹아갈 때,

나는 너를 바라본다


쌉싸름한 향기 속에

말하지 못한 하루가 젖고,

토마토 반쪽 위

검은깨처럼 흩어진 마음의 점들


한 줌의 과자조차

정갈하게 놓인 이 순간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기다림의 형상, 그리움의 언어


너를 내리는 그 손길은

어쩌면 사랑을 내리는 일

시간을 우려낸 마음이

고요히 퍼져 나간다


비가 오려나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

오늘도 너를 따라 살아가는

작은 존재 하나


그 이름, 나

그 의미, 너


D-198.jpg (Photo by J.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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