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잔 위에 내려앉은
햇살 같은 마음 하나
유리컵 속 얼음이
서로를 비추며 녹아갈 때,
나는 너를 바라본다
쌉싸름한 향기 속에
말하지 못한 하루가 젖고,
토마토 반쪽 위
검은깨처럼 흩어진 마음의 점들
한 줌의 과자조차
정갈하게 놓인 이 순간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기다림의 형상, 그리움의 언어
너를 내리는 그 손길은
어쩌면 사랑을 내리는 일
시간을 우려낸 마음이
고요히 퍼져 나간다
비가 오려나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
오늘도 너를 따라 살아가는
작은 존재 하나
그 이름, 나
그 의미,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