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 오는 공원을 걷다(詩)

by 이정호

비 오는 공원을 걷다


이정호


여름이 비껴간 공원,

젖은 벤치 위에 한 방울, 뚝

비는 말 없이 내려와

나무와 나무 사이, 침묵을 엮는다.


빗물 고인 바닥 위로

내 걸음도 조용히 번져가고

고요한 시간 속에 철학이 묻힌다.

사색은 늘, 이런 날을 기다려 왔다.


빨간 우산 사이로

조심스레 얼굴 내민 잿빛 하늘,

그 속엔 너의 모습이 있다.

아련히 떠오르는 미소 하나,

그리움은 늘 비를 닮았다.


비 오는 공원은 나의 놀이터,

나만의 사색의 도화지.

바람도 멈추고, 세상도 조용한 이 순간

작은 꿈 하나 그려 넣는다

이곳은 마음속 고향.


<글쓴이의 말>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세상의 소음이 물러나고, 내면 깊은 곳에서 오래된 기억들이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우산 너머로 스며드는 잿빛 하늘 아래, 저는 사색을 배우고, 그리움을 마주합니다.

이 시는 그런 하루에서 태어났습니다.

무심히 젖어 있는 벤치와 고인 빗물,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나의 발걸음에서 나는 어느새 나의 내면을 걷고 있었습니다.

공원은 단지 나무와 벤치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는 마음의 놀이터이자 사색의 도화지입니다.

빗방울 한 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묵은 생각 하나가 씻겨 내려가고, 그 자리에 작은 꿈 하나가 피어납니다.

그리움이란 이름의 얼굴이 떠오르던 그날,

비는 단지 하늘의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 시가,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50620_064924.jpg (Photo by J.H.Le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