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 오는 새벽, 너를 떠올리며(詩)

by 이정호

비 오는 새벽, 너를 떠올리며


이정호


고요한 새벽,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전 너의 숨결처럼

조용히, 그러나 또렷이

나를 깨웁니다.


잠결의 안개를 걷어내듯

문득, 너를 떠올립니다.

멀리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너는 내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나는 닫힐 듯 닫히지 않은

너의 마음 문 앞에

이 새벽도 조용히 서 있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

세상은 아직 어둠의 품 안에 있고

그 속을 흐르는 빗소리는

모든 불안과 번민을 씻어내는 듯

고요 속에 은은한 리듬으로 퍼집니다.


그 소리는 단순한 물방울이 아니라,

마치 슈베르트의 소야곡처럼

한 음 한 음이 정제된 그리움이 되어

내 영혼의 현을 울립니다.


내려다본 호수 위엔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물마다

내가 말하지 못한 생각들,

전하지 못한 따뜻함이

원을 그리며 퍼져나갑니다.


그 원들이 번지며 전하는 건

단지 기억이나 감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네가 어딘가에서 조용히

세상과 마주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입니다.


비는 언젠가 그치겠지만,

이 새벽을 적신 믿음은 마르지 않겠지요.


그러니 기억해 줘,

너는 혼자가 아니며

세상의 침묵보다 더 깊은 사랑이

너를 위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분명, 너는 잘 해낼 거야.

언제나 그래왔듯이,

묵묵히, 그리고 아름답게.


<글쓴이의 말>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누군가가 떠오릅니다.

그리움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와

작은 빗방울처럼 마음을 적십니다.


이 시는 그런 새벽,

빗소리에 눈을 뜨고

멀리 있는 너를 조용히 떠올리며 쓴 글입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운,

그 애틋한 거리 속에서 피어나는 말들입니다.


삶의 어느 시기든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고 싶어 집니다.

말로는 다 전할 수 없지만

시로는 남길 수 있기에,

이 마음을 종이 위에 조심스럽게 놓아봅니다.


부디 이 시가

누군가의 아침에 작은 음악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잘 해낼 거예요’라는 조용한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 어느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이정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