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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N으로 열어갈 6G 시대

by 이정호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네트워크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기지국(AI-RAN)이 미래 네트워크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개방형 무선 접속망(오픈랜) 장비 시장 선점을 위해 '지능형 기지국(AI-RAN)' 실증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이동통신망의 핵심인 기지국 장비 시장은 소수의 해외 제조사가 독점해 왔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오픈랜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픈랜은 이동통신 장비를 개방형 표준 기반으로 설계하여,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 간 연동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트너와 옴디아의 전망에 따르면 오픈랜 시장은 2023년 24억 달러에서 2028년 68억 달러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모빌리티 포사이트(Mobility Foresights)의 보고서에서 AI-RAN 시장이 2024년 11억 달러에서 2030년 86억 달러로 연평균 41%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시장 전망은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보여준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글로벌 신시장에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국내 기업의 오픈랜 실증을 지원해 왔다. 특히 2025년에는 기존 5G 상용망을 넘어 5G 특화망과 지능형 기지국(AI-RAN) 등 미래 유망 분야까지 오픈랜 실증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 핵심 거점은 바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울역과 김포공항이다. 일 평균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서울역에서는 다수의 무선 카메라를 5G 오픈랜 특화망에 연결하여 대용량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이를 통해 혼잡도를 분석하여 인파 쏠림을 예방하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한 지능형 인프라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서울역 실증망이 국내 제조사(LG전자)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지국(O-DU)과 서로 다른 3개 제조사의 무선장치(O-RU)를 결합한 '멀티벤더 오픈랜' 환경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의 사례로, 오픈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포공항에서는 안전과 보안을 위해 AI 융합 오픈랜 실증망을 구축한다.


승객의 출입 제한 구역이나 보안 사각지대 접근을 즉시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지국 서버에서 통신과 AI 기능을 동시에 처리하는 '지능형 기지국(AI-RAN)'을 선제적으로 실증한다. 또한 AI 알고리즘을 네트워크에 적용하여 5G 카메라와 기지국 간 신호 품질을 개선하고 고품질·대용량 영상을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기술도 검증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발표는 6G 시대 지능형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AI-RAN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공공 및 민간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국민 생활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선제적인 실증과 기술 혁신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대한민국이 미래 네트워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 네트워크를 향한 대한민국의 담대한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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