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의 삶에 혁신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첨단 기술 덕분이다.
X-ray,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 기술은 물론,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스캔이나 내시경 같은 진단 장비, 그리고 로봇 수술기와 인공 장기 같은 치료 장비까지 등장했다. 이 기기들은 몸속을 들여다보는 ‘의학의 눈’이 되어 미처 알지 못했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기술의 이면에는 분명한 그림자가 있다. X-ray나 CT 검사는 과도한 방사선 노출로 세포 손상과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한 번의 CT 촬영은 일반 X-ray보다 수백 배 많은 방사선을 방출하며,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차례 CT를 찍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진단 과정의 침습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위나 대장 내시경은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천공이나 감염의 위험이 따르며 환자에게 극심한 불편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첨단 진단 장비는 정확성이라는 '빛'을 제공하는 동시에 신체적 부담과 위험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치료 장비의 허와 실도 마찬가지다. 정교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 수술기는 그 높은 비용 때문에 모두가 누릴 수 없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기술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사회 전체가 고르게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의학의 기술 발전은 만능 해결책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때때로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나 사소한 불편함마저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이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낳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우리 스스로의 몸을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부작용이다. 첨단 의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허’에 가려져, 의료 본연의 기능인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살피는 ‘실’이 소홀해지기도 한다.
첨단 기술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도구이지만, 그 사용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최신 기술 추구보다는 환자의 상태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의학과 공학은 단순히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의료 기술이 인류에게 진정한 '빛'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우리의 판단과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