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부름(詩)

by 이정호

가을의 부름


이정호


호숫가 길 위에

낙엽이 고요히 눕는다

바람이 스치면

그 잎들은 다시 한번 춤을 춘다


물결 위에 머문 기억 하나

그 속에서 오래된 웃음이 떠오른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마음으로 번져간다


가을은 언제나 느리게 다가와

그리움을 불러낸다

사라짐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온기

나는 오늘도 너를 부른다

가을아

내 마음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글쓴이의 말>

가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하나에도, 스치는 공기 속에서도

잊고 지냈던 나의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호숫가의 고요한 물결을 바라보다 보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추는 듯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에서 오래된 이름들이 불려 나온다

그리움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이 시는 그런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지나간 계절이 남기고 간 온기와,

다시 돌아올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 사이에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가을은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니?”

그 물음에 답하고 싶어 이 시를 썼다.


D-287.jpg (Photo by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