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호숫가 길 위에
낙엽이 고요히 눕는다
바람이 스치면
그 잎들은 다시 한번 춤을 춘다
물결 위에 머문 기억 하나
그 속에서 오래된 웃음이 떠오른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마음으로 번져간다
가을은 언제나 느리게 다가와
그리움을 불러낸다
사라짐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온기
나는 오늘도 너를 부른다
가을아
내 마음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글쓴이의 말>
가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춘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하나에도, 스치는 공기 속에서도
잊고 지냈던 나의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호숫가의 고요한 물결을 바라보다 보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멈추는 듯하다
그 순간, 마음 한편에서 오래된 이름들이 불려 나온다
그리움은 결국, 잃어버린 시간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이 시는 그런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지나간 계절이 남기고 간 온기와,
다시 돌아올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 사이에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가을은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니?”
그 물음에 답하고 싶어 이 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