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돈이 많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라는 통념을 따르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서 이름난 부자들을 직접 만나보면, 그들의 삶과 태도는 우리가 흔히 그리는 ‘돈 많은 사람’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대부분 자신의 부를 드러내기보다는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불필요한 지출에 더욱 엄격한 편이었다. “10원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라는 말이 그들의 습관과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작 그들이 말하는 부자의 기준은 단순한 재산의 크기가 아니다. 오히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자유’와 ‘마음의 여유’가 진짜 부자의 조건이라고들 말한다. 자유로운 선택의 권한을 갖추고,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주도해 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코 수많은 숫자가 적힌 통장 잔고가 전부가 아니며, 그것이 행복의 절대적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자들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월 400만 원 정도의 꾸준한 수입만 있어도, 그 이상의 거액을 벌어들이는 사람과 행복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적절한 수준의 생활비가 보장되면, 더 큰 재력을 가진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대폭 뛰어오르지는 않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도도 무한히 커진다고 믿지만, 이는 상당한 오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추구하는 행위는 진정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주기보다는, 더 큰 욕심과 끝없는 갈증을 낳기도 한다.
물론 돈은 현실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쓰며, 무엇을 위해 투자하는가이다. 내가 만나본 한국의 부자들은 돈에 휘둘리기보다, 돈을 지혜롭게 통제하고 자신이 얻고 싶은 삶의 방향에 집중한다. 가령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평생 해보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보는 것처럼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선택을 우선시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목표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일지도 모른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치들을 되새겨보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내 손에 쥔 돈이 많든 적든, 삶의 기준을 돈 바깥에서 새롭게 세울 수 있다.
부자의 삶은 결코 화려한 사치와 과시로 정의되지 않는다. 적절히 절제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아낌없이 투자할 줄 아는 마음, 스스로의 선택에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로움이 진정한 부의 모습이다. 결국 진정한 부란, 은행 잔고가 아닌 마음의 균형과 자유로운 선택에서 비롯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하고, 그것을 지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재정을 현명하게 운용한다면, 이미 우리는 ‘마음 부자’라는 부름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