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와 행복 전염
주변 사람들 덕분에 행복했던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내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운이 좋아서 19세에 하늘(SKY)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내게 공학 공부가 너무 어려웠다. 다행스럽게 4년 만에 겨우 대학을 졸업했다. 영어 점수(토익)가 평균보다 높은 편이어서 대기업에 입사하여 수출 업무를 맡아 해외출장도 꽤 다녔다. 다소 지루한 첫 직장에서 10년을 보내고 주말에 출근 안 하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였다. 호기심과 학구열을 채우고자 야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 전반에 대하여 공부하였다.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평소 인문학에도 관심 많았고, 긍정심리학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전문 면접관 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입사)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이 기업(조직)의 성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다. 더 나아가서는 지원자들이 정말 행복하다면 폭탄(또라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채용 면접 중에 "기회가 되면" 지원자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였다. 특히,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직무나 포지션의 경우는 행복 관련 질문을 통하여 인성을 살펴보고자 노력하였다.
전문 면접관 활동 초기에는 심플하게 지원자들의 행복의 정도를 물어보았으나 그들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지원자들의 답변은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거의 8점 이상이고 10점이라는 사람도 있고, 12점이라는 지원자도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10점으로는 부족한 느낌이어서 12점이란다. 그들의 답변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6.5점 정도이고, 직장인들의 행복도는 6.0점 이하로 기억하고 있다.
행복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는 모두 다르다. 그래서, 행복의 척도인 삶에 대한 만족도와 삶에 의미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지원자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행복의 정도”와 비슷하게 7~8점 이상이었다. 삶의 의미를 고상하게 답변하는 지원자는 많지 않았다. 그냥, 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한다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정도의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삶은 그냥 사는 것이지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지원자들의 행복도를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알게 된 것이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이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교수 두 사람(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개인의 생활과 건강 관련 연구 결과, 행복은 전염되어 행복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는 것이다. 즉,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많으면 나도 행복해진다. 추적 연구 (1971년~2003년 1만 2천 명) 결과, 내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질 가능성은 15% 상승한다. 내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나의 행복은 10%,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나는 6%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하여 지원자들의 행복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에 대하여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 누구랑 함께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행복한가요?
- 최근에 주변 사람들 덕분에 아주 행복했던 경험이나 사례를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어떻게 행복한지, 그들과 함께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등 후속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