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방송되는 “알뜰인잡” 방송을 새해 초에 볼 기회가 있었다.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김상욱, BTS RM 등이 출연하며 3%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의 키워드는 “괴물”이라는 수식어에 얽힌 어느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니 킴(한국명 김 용)은 고등학교 졸업 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버 씰"에 입대하여 100여 차례의 전투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군 생활하며 의학에 대한 무지함으로 동료를 잃은 것을 계기로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였다. 최근에는 미국 NASA 우주인단에 선발되었고 2024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후보 우주 비행사이다.
그가 괴물 같은 스펙을 가진 것도 대단하지만 더 감동적인 것은 그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었고 아버지가 경찰과 대치하다 목숨을 잃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사이코패스를 판정하는 도구(PCL-R)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미국의 경우 인구의 2%가 사이코패스라는 것과 사이코패스는 모두 무서운 범죄자나 사회악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인류학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밝은 측면에 대하여도 이해를 하게 되어 사이코패스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얻게 된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평소에 또라이 또는 폭탄 직원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사이코패스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기로 하였다.
Robert Hare 박사가 제기한 사이코패스 판정 도구인 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의 총점은 40점이고, 40점에 가까울수록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다. 한국인은 25점 이상인 경우 사이코패스로 판정되며 북미는 30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판정한다.
PLC-R 테스트 문항은 아래와 같다. 나도 자가 테스트해 보니 5점이었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은 10점 내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20문항 중 다소 평범한 내용의 문항은 아래와 같은 형태의 질문으로 채용 면접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경험적으로, 거의 완벽한 답변을 하는 지원자의 결함을 찾기 위해서 또는 남다르게 부정적인 태도나 시각으로 답변을 하는 지원자들을 만나는 경우에 적합한 질문이다.
1) 스스로 생각할 때 평소에 말을 아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실제로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요?
2) 최근에 주변 사람(상황)때문에 감동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얼마나 자주 감동받는 편인가요?
3) 자신의 책임감 정도는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그 이유는? 최근에 책임감을 발휘한 사례를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4)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무리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위 문항 테스트 결과 25점이 넘는다고 해서 사이코패스로 판정하면 안 된다. 또한,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판단력으로 역량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 사이코패스라고 밝힌 미국의 뇌신경학자 제임스 팰런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범죄는 특정 부위(전두엽과 측두엽)의 뇌기능결핍, 전사(warrior) 유전자 MAOA(Mono Amine Oxidase A) 보유, 가정 폭력 등 불우한 성장환경이 어우러지는 경우 발현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오래 지내면서 보면 주위 사람에게 문제가 되지만, 첫 만남에서 바로 사이코패스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긴장감과 압박을 느끼는 면접 현장에서도 사이코패스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기 때문에 때로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는 전쟁 중이거나 기업이 위기 시에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들도 인류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약 3.5%가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결과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이코패스로 꼽힌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들을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와 인류의 평화에 절대적인 가치는 아닐 것이다. 가정에서부터 조직이나 사회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바르게 생활하며 소통하는 문화와 정의로운 생활양식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