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견디는 힘, Need for Cognitive Closure
10여 년 동안 다양한 기업의 직무와 직급의 입사지원자나 이직 희망자를 면접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대략적으로 그들을 나누어 보면 1/3 정도의 후보자는 입사(면접) 준비를 잘하였고 역량도 뛰어나고 기업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이 든다. 1/3 정도는 준비가 안되어 있고 역량도 부족하여 면접이 끝나기도 전에 그 지원자에 대한 직관적인 마음의 문이 닫히는 경우이다.
나머지 1/3이 문제이다. 도대체 파악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애매한 지원자들에게 적합한 질문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한다. 마스터 키 같은 좋은 질문은 없을까?
주변의 인물들을 보면 누구는 불확실하고 어중간한 인지적 상태에 무심하고 누구는 그런 상황을 회피하고자 어떻게든 서둘러 답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평소 주변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였다. 타고난 기질 중에 호기심이 강하고 학구열도 있어 오래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유행할 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있다. 5년여 전부터 공공기관 외부 면접관 활동을 직업으로 삼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밥값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면접 관련 학습과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심리학 개념 중 하나가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라는 개인차(Individual difference) 개념이다.
어느 심리학자의 강의 중에 인지적 종결욕구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유독 공감이 가는 인간의 심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 중에 나의 인지적 종결 욕구에 대한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공대를 졸업했지만 전공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수학과 공학적인 문제를 푸는 것이 재미없었다.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지루하였고 심사숙고하기보다는 서둘러 답을 찾고자 시도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원인 중 하나는 (유전적으로)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 편이었던 것 같다.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해외영업과 국내영업 업무를 수행하였다. 제품 개발부서와 생산 공장과 협업하고 바이어와 상담 및 협상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실적을 인정받는 일이 재미있었다. 집중력과 치밀함을 요구하는 연구개발이나 기획 업무가 아니고 영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인지적 종결 욕구 개념을 알고 과거를 회상해 보니, 지금은 장가가서 잘 살고 있는 아들이 공부에 큰 취미가 없었던 것 같고 수학문제 풀 때 보면 답을 찾는 과정을 심사숙고하여 문제를 풀기보다는 하나의 단서나 공식을 적용하여 서둘러 해답을 구하려는 태도가 나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우리 부자는 인지적 종결 욕구 가강하여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지적 종결 욕구(NCC)는 판단을 이른 시간 내에 내리고 빨리 결론을 내고 싶은 경향성이다. NCC가 강한 사람은 모호함에 대한 불편해하고 예측 가능성과 질서 정연함을 선호하며 과단성과 편협성의 특징을 보인다(D.Webster & A.Kruglanski). 지원자의 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은 경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결단력, 추진력과 실행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인공지능(Chat GPT)의 등장 등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모험이나 변화를 매우 싫어하는) Strong NCC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로 보인다.
특히, 다음과 같은 직무 채용 시에는 지원자의 심사숙고한 태도(NCC의 반대 개념)와 경험이 중요하다.
1) (끈기와 집념이 필요한) 연구개발 직무
2) (지속적으로 팀원과 프로젝트 관리에 관여하는) 중간 관리자 급 이상의 리더
3) 기획과 감사팀 등 치밀함을 필요로 하는 업무
또한, 비슷한 역량을 가진 후보자 중 한 사람을 선발해야 하는 경우라면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인지적 종결욕구 관련한 질문을 통하여 그들의 특성과 개인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인지적 종결욕구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 예시는 아래와 같다.
- 심사숙고하여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 (예를 들어) 새로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제품 설명서"를 얼마나 꼼꼼하게 살펴보고 작동을 시작하는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미팅할 때, 초기에 서먹서먹함을 못 견디고 무슨 말이라도 먼저 이야기하려는 욕구(애매한 상태를 못 참는 성향)를 가지고 있다면 사례를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인지적 종결 욕구 척도는 심리학자 Elena Sanz가 정리한 것으로 질문 형태로 응용하여 적절한 면접 기회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6점 척도로 측정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NCC(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다.
1) 불확실한 상황에 부딪치면 무엇이든 즉각적 결단을 내린다.
2) 잠재적으로 확실한 대안이 몇 가지 있으면 망설임 없이 단번에 한 가지를 택한다.
3) 주변 물건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심하게 불편하다.
4) 모호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관한 토론은 피하는 편이다(불편하다).
5) 문제가 생기면 깊이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결정한다.
6)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편이다
7) 나와 생각이 같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를 선호한다
8) 빨리 해답을 못 찾으면 불편하다
9) 해야 할 일과 방법이 명확한 활동을 즐긴다.
10) 예견할 수 없거나 생소한 일보다 익숙한 일을 선호한다.
* 사족 : 위 설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니 개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크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예견할 수 없거나 생소한 일에 대한 도전도 어느 정도 즐기는 편이어서 나의 NCC는 중간 또는 이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