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폭탄 직원에 대하여 글쓰기

내가 글을 쓰게 된 사연

by 전문 면접관

주변의 지인들이 책을 출판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 대단하다는 감탄과 축하가 절로 나온다.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모아서 책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에 책을 좋아하였으나 학교 공부와 관련된 책들을 제외하고는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노력은 하였으나 실제로는 교양을 위한 책을 1년에 두 세권이나 읽었을까?


이공계(재료공학)를 전공하였으나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영업 관련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업무상 기안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고작이고 의미 있는 글을 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마케팅, 재무, 경영 정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여 30대 중반에 야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전공(경영정보시스템)과 관련 있는 “키오스크 시스템 구축”에 대한 다소 심플한 논문을 쓰고 5학기 만에 졸업하였다.


석사학위를 마쳤지만 주경야독하는 과정이라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졸업 후 시간이 꽤 흘러 배운 것들이 많이 휘발되었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대학 동기 친구의 권유로 모 대학 기술경영 박사과정에 입학하였다. 생업(헤드헌팅 사업)을 영위하며 3년 동안 지방(아산과 천안)과 강남에 위치한 학교를 오가며 50살 넘어 과정을 수료하였다. 지도교수님과 박사 선배의 도움을 받으면서 꼬박 1년을 집중하여 전공(기술경영)과 연관성 있는 “국가 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어떤 주제를 정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위하여 가치가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논문 작성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글(책) 쓰기는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춘 학위 논문 작성보다 훨씬 더 어렵고 생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도 만만치 않은 일상에서 책을 출판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3형제로 자랐고 공대 출신이라 정서가 메마른 편이지만 평소 역사, 심리학 등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 차에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인문학 독서클럽 활동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는 읽기가 쉽지 않은 불멸의 고전을 읽고 발제와 토론을 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주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120세 건강과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5년에 100권의 고전을 정하여 매월 한 권씩 읽고 수료할 때 어떠한 내용이든 책도 한 권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여, 올 해가 4년 차로 과정이 진행 중이고 내년까지 책을 써야 하는 부담감도 갖고 있었다.


성격적으로 겁이 조금 많은 편이고 어려운 과제일수록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향이라서 2021년 초부터 글을 써보는 것을 생각하였고 우선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의 온라인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폭탄 직원 채용 피하기”라는 글을 써서 작가 신청을 하였더니 기쁘게도 3일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친김에 1월 초부터 윤영돈 박사의 글쓰기 신공 18기로 참여하여 글 쓰는 것을 배우고 있다. 글을 쓴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모든 책과 글을 읽을 때 작가의 심정과 의도를 생각하게 되어 몰입도가 높아졌다.

직장생활을 15년 정도 경험한 이후 되돌아보니 어떠한 물리적인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것과 관련된 일보다는 사람과 관련된 일이 더 재미있고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주로 이공계 출신의 인재를 찾아서 기업에 소개하는 작은 사업을 창업하여 주업으로 삼아 15년 이상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약 9년 전부터는 공기업의 직원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할 기회가 생겨서 요즘에는 매월 6~8회 정도 채용 면접이나 입사지원서류 평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 위치한 모 공기업의 신입사원 입사지원서 평가위원으로 이틀 동안 위촉되어 3명이 평가작업을 진행하면서 인사와 채용업무 관련한 대화들이 오갔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핵심가치에 적합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조직에 막대한 해를 끼칠 수 있는 폭탄 같은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자가 구상 중인 폭탄 직원 관련된 책이 꼭 출간되기를 바란다고 응원을 해주었다.


작년에 "120세 건강과 인문학" 독서클럽에서 긍정심리학을 공부하며 호기심과 학구열이 나의 강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6학년의 나이로 접어든 2021년, 아주 작은 사업이지만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어서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 글 쓰는 것을 묵히면 글이 휘발된다는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다. 2021년 올해 안에 “우리 주변의 폭탄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책을 출간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본다.


폭탄 같은 직원



[사진 출처 : 안충기 & iStockphoto]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폭탄 직원 vs. 폭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