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문 면접관 Mar 04. 2021

안타까운 폭탄 직원 이야기

일머리와 다중지능

오늘은 우리나라의 바다와 관련된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의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를 평가하기 위하여 3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요즘은 채용 관련한 평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또는 누구든지 인사나 조직과 관련된 지인을 만나게 되면 폭탄에 대하여 질문을 한다. ‘폭탄 같은 직원을 만나본 적이 있는지?’ ‘그 폭탄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 ‘그 폭탄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등 물어보면서 사례를 수집한다. 경험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폭탄 같은 사람에 대한 경험을 망설임 없이 술술 풀어낸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폭탄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 만난 젊은 인사전문가 M의 폭탄 경험은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M이 다국적 컨설팅 기업의 인사부 C&B(Compensation and Benefit : 보상과 복리후생 업무) 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의 Benefit을 담당하던 직원이 폭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업무 외적으로는 친화력이 최강이었다. 같은 팀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과 우호적으로 지냈으며, 특히 팀원들의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상상 이상의 이벤트도 준비하여 팀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인기 있는 직원이었다. 그러나, 업무적으로는 완전 꽝이었다. M은 그가 일머리가 너무 없었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딱 시키는 일만 한다. 그러나, 시킨 일도 번번이 크고 작은 실수를 거듭한다. 그의 실수를 줄여 주기 위해서 매달 업무 성과와 실수를 평가하며 개선점을 찾고자 함께 노력하였다. 그러나 실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M은 그가 원한다면 다른 팀이나 부서로 전출하는 것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하였으나 그는 거절하였다. 결국 그는 1년 반 만에 업무 저성과자로 권고사직당하였다. M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그로부터 연락이 왔었단다. 학부 전공이었던 심리학 공부를 더하기로 하였고, 석사과정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가 직장 생활이 아니고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10여 년 전에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책을 접하고 한편으로 안도했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 스스로 인지적 지능이 부족하다는 열등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능 외에 인간의 정신이 다원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가드너가 제안한 다수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 지능, 시각-공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 성찰 지능 및 자연탐구 지능이다. 이러한 각각의 지능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것이지, “지능”이라는 상위 체제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아마도, 그 직원은 폭탄이 아니고 대인관계 지능이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

작가의 이전글 외국인 폭탄 상사의 갑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