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사진첩>

치노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

by 사소한

<사진첩>




그날따라 유난스레 잠이 오지 않아

우리뿐인 사진첩을 뒤적거렸었다.



한 해 두 해 보내다가

이렇게나 쌓아왔구나

스크롤바 크기만큼

빈틈없이 사랑했구나



우리라고 부를 수 없게 될 때가 온다면

그래서 이 모든 사진을 지워야 한다면



문득 들은 생각에 잠깐

눈 깜짝할 정도의 잠깐

삭제 버튼을 누르는

상상을 감히 해보았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시간이 사라지고

정신없이 누비던 곳들도 사라지고



나 홀로 남을 줄 알았는데

나조차 사라져버려



그저 상상만으로도 버티기 힘들어

청승맞은 눈물은 걷잡을 수 없어서



밝아질 무렵까지 이불을 뜯으며

끅끅대다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넌 날 위로했고,

난 참 바보 같고,



그걸로 됐다.




Illustration by @hear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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