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l 좀 알아요?

<다호사> 에디터 치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

by 사소한
아직 mall 앞의 신호등이 눈에 선하네요

제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뉴질랜드에서는 mall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그중 Westfield Mall이 가장 많기도 하고 집 앞에도 있어서 매일 가다시피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제게 익숙한 ‘mall’ 같은 곳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외국의 mall과 비슷하다 하고 느낀 곳은 여의도 IFC몰이었어요. 처음 IFC몰을 갔을 때 왠지 모를 정겨움과 편안함을 잔뜩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외국의 mall은 사실 우리나라의 백화점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의 전통적인 백화점이 7층 정도부터 높으면 10층까지 종류별로 상품을 분류해놓은 건물이라면 제가 있었던 뉴질랜드의 mall은 높아 봐야 4층 정도 되는, 주로 2~3층짜리 건물로 영화관, 마트, 각종 상점과 카페 등이 즐비해 있는 공간이에요. 생각해보면 코엑스나 하남 스타필드의 느낌이 외국의 mall과 꽤 비슷하네요.



이상하게 우리나라 백화점을 가면 머리카락 잘린 삼손 마냥 기력을 뺏기는 느낌이 들곤 하던데 뉴질랜드의 mall은 굳이 무언가를 사거나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감정이 솟아나는 신기한 곳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카페에 앉아서 카푸치노와 감자튀김을 시켜놓고 세 시간씩 책을 읽기만 해도 좋았어요.



1층의 Esquires 커피는 정말 못 잊겠네요


저는 학교가 끝나고 나면 집에서 공부하다가 저녁에 어머니와 몰에 가서 장을 보고 새로나온 전자기기를 구경하다가 커피 한잔하고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곤 했어요. 어쩌면 mall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겠네요. 시간이 잘 맞으면 영화보고 나오는 길에 싱싱한 연어 1kg을 4불 정도에 구해 어머니와 연어 덮밥을 해 먹을 생각에 들뜬 고등학생의 제가 생각나요.



그래서 요즘도 그렇게 여의도 더 현대나 IFC몰을 자주 가요.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사람과 그 공간이 좋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에요. 학창시절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처럼 또 이렇게 좋은 사람과 뒤돌아 볼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이 차곡차곡 쌓아지겠죠.



당신의 삶에도 좋은 사람과 편안한 공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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