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의미 &페스티나 란테
변곡점의 시대다. 병오년은 육십갑자의 마흔 셋째 해이자 ‘붉은말’의 해다.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에 ‘인공지능(AI) 설계자들’을 선정했다. 타임지는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를 192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후, 매해 다양한 대상을 선정해 왔다. 샘 제이콥스 타임 편집장은 “2025년은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해이자 되돌릴 수도변 외면할 수도 없는 사실이 명확해진 한 해”였음을 선정 이유로 밝혔다.
#너의 의미
‘너의 의미’는 가수 김창완의 원곡이자 아이유가 리메이크해서 더 유명해진 곡이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로 시작되는 노래다.
변곡점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수학의 미적분에서는 두 번 미분 가능한 함수 그래프가 위로 볼록인 상태에서 아래로 볼록인 상태로 혹은 그 반대로 변하는 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평면 곡선에서 곡률의 부호가 바뀌는 점을 뜻한다.
비유적 의미로는 경제 및 투자 맥락에서 추세 전환의 신호나 대변혁의 전환점을 일컫는 것으로 사용된다. 중요한 것은 변곡점의 시대는 ‘시대의 변환점’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을 위한 정책을 펴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만 주저하거나 잘못된 선택은 파국적 쇠퇴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성장에는 대가가 따른다. 과거의 연장선에서 미래를 예측하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관성을 따라가는 집단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기존 질서와 관행은 구조적 재편을 해야 한다. 올해는 단순히 한 해가 바뀌는 시간이 아니다. 2024년 12·3 계엄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1년이라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추운 겨울밤 거리에서 눈을 맞던 젊은 키세스들은 빛의 혁명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곧추세웠고, 그 빛은 광주 정신으로 승화되어 변곡점의 시대에도 빛나고 있다. 희망의 빛은 미래의 현실이 된다.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페스티나 렌테(천천히 서둘러라)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뜻의 라틴어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치밀한 계획과 자기반성에는 깊은 숙고가 요구되지만 올바른 실천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삶의 중심을 잡기 쉽지 않은 시대다. 병오년은 사회 전반에서 누적되어 온 변화의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놀랍다. 2022년 가을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추론 능력 부재와 할루시네이션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됐다. 그 예측은 2025년 구글 제미나이 3.0과 챗GPT 5.1 출시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역사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세계는 기술 패권과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경쟁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 속에 저성장이란 복합 위기는 뉴노멀로 굳어진 지 오래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행동하면서 수정하는 전략적 선택과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성장과 쇠퇴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변곡점의 시대는 ‘위기’의 다른 이름이자 재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변화 자체가 아닌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를 갖추는 역량만이 성장의 그래프에 올라탈 수 있다. 개인에게는 평생학습의 태도와 유연성이, 조직에는 개방성과 혁신 문화가, 사회에는 신뢰와 연대가 함께하는 공존의 전략이 스며들어야 한다.
앞으로는 우리가 살아본 적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역사는 올해를 성장과 쇠퇴가 함께 온 해로 기록할 것이다. 변곡점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그 이후의 궤적은 다른 결과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신 중에는 시간을 관장하는 크로노스 와 카이로스가 있었다. 크로노스가 비가역적으로 전진하는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기회’라는 뜻의 ‘타이밍’을 의미한다. 변곡점의 시대, 크로노스의 삶을 살 것인가, 카이로스의 삶을 살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