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밤

오렌지 텅스텐 가로등 아래 니스의 밤거리

by nomadhaus

정들었던 그라쎄에 작은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다시 돌아왔다. 이제 마지막 여행지인 아일랜드를 앞두고 있다.

니스로 가는 길, 그동안 떠나왔던 도시들을 추억했다. 아를의 타오르는 하늘, 프로방스의 거친 바람, 반돌의 빛나는 바다, 그라쎄의 향수, 그리고 니스의 따가운 햇살까지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소중히 새겨졌다.

제일 먼저 마티제 미술관의 전시를 봤다. 마티제는 천진난만하게 종이를 오려 붙인 새를 형상화한 오브제로 잘 알려진 예술가다. 아마도 어린아이가 순수함을 그대로 갖고 어른이 되면 저런 예술이 탄생하지 않을까.

긴 여행 끝에 다시 그림들을 보니 이전엔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이 다가왔다. 반짝이는 올리브 잎,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원, 흙빛의 소담한 집들, 햇빛이 부서지는 눈부신 피부. 이제야 그들이 무엇을 보았고 왜 그런 색을 썼는지 와닿는다.

가본 적 없는 길들을 산책했다. 오래된 시장거리 골목 구석에서 아르헨티나 식당을 발견했다. 전부터 엠파나다가 궁금했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참치, 소고기로 속을 채운 구운 만두 같다. 와인과 폭찹으로 점심을 해결하니 저녁은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골목길 끝에 광장에 사람이 붐빈다. 오늘이 부활절이구나. 광장에는 성당의 종소리가 가득 찼다. 홀리하다.

니스의 바다는 특별하다. 그냥 누워만 있어도 다 좋았다. 남부여행 내내 다시 돌아오는 날을 기대했다. 이번엔 눕는데 그치지 않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햇빛은 따갑고 바다는 차갑다. 젖은 몸이 말라 따뜻해지면 다시 바다로 뛰어들기를 반복했다. 지수는 해변에 누워 바라만 봤다. 옆에 있던 소녀 둘도 똑같이 한 명은 바다로 뛰어들고 한 명은 앉아만 있다. 바다에서 나온 소녀와 나의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니스의 밤거리를 걸었다. 오렌지색 텅스텐 불빛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영화를 찍고 있다. 이렇게 드라마틱한 바다를 이전에는 본 적이 없다. 지수에게 물었다.

"누가 만약 다녀온 도시 중 딱 세 곳만 골라달라고 하면 어디를 고를 거야?", "글쎄 너무 어려운데, 다 좋았잖아", "그래도 굳이 꼽자면?"

"베를린, 아를, 니스", "나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