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하루에 지나가는 순간들
하루가 지치고 고달픈 순간이 있다.
밥을 먹는 것조차 힘이 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어떠한 의욕도 들지 않아 오늘 하루가 빨리 흘러갔으면 하는 그런 날들이 생기고는 한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던 와중 회사 교육 일정으로 출장을 가야 했다.
새벽부터 분주히 준비를 하고 교육을 받고 이후 퇴근 시간이 되자 빨리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왜인지도 마음에는 공허한 어둠만이 남았다.
분명 오늘 하루를 열심히 보낸 것 같지만 마음이 무척이나 공허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버스 안에서 몸을 누이고 눈을 잠시 붙였다.
다시 눈을 뜨니 벌써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고 익숙한 장소에 도착하자 공허함은 배고픔을 몰고 왔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식당을 찾아다녔다.
금요일 저녁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붐비었다.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했다.
몇 번이고 골목을 돌아다니다 골목 끝 한적한 분식점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 안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이 몇 없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어서 오세요" 하는 밝고 명쾌한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메뉴를 고르면 불러달라는 상냥한 말에 뭔지 모를 무언가가 마음속을 채우는 듯했다.
직원은 식사를 하면서 냅킨이 부족하자 금방 그 모습을 보고 냅킨을 가져다주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순간에도 식사는 어떠했는지 물으며 처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배웅해 주었다.
식당을 나오자 나의 마음에 아까와는 다른 빛깔의 무언가가 채워졌다.
어둡고 공허한 마음속에 노랗고 작은 전구가 따뜻한 빛깔로 마음을 따스히 데우는 듯했다.
잠깐이었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세심한 관심과 친절이 지친 나의 하루를 어루만졌다.
무수히 많은 일상 속 특별할 것 없는 지나가는 하나의 장면일 수 있지만 그때가 아직까지 생생하다.
하루를 보내면서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당연히 그런 시간 동안 내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과 나의 모습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과 장면은 있기 마련이다.
바쁜 출근길 버스기사님의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 낯선 장소에서 길을 물어보았을 때 내가 가는 길인 것처럼 알려주는 행인의 모습,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에 흔쾌히 찍어주며 자세를 추천해 주고 배경은 여기가 예쁘다고 하는 일상 속 모습이 마음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그들에게 나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들은 나의 마음에 남아 따스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마음에서 없어지지 않고 나의 하루를 변화시킨다.
새로운 아침을 맞을 힘을 주기도 하며 지치고 피곤했던 하루를 달래주기도 한다.
그들에게서 내가 마음에 남는 순간을 받은 것처럼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작더라도 조금씩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약간씩,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남을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