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흔적은 쌓이고 굳어간다.
하루를 보내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으며 수많은 흔적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어느 순간 내 안에는 여러 사람의 흔적이 쌓인다.
사람의 흔적은 마음속에서 마치 흙이 내려앉아 단단히 굳는 것처럼 쌓여 땅을 이루어 간다.
가령 아주 어렸을 때는 가족의 흔적이 쌓이고 학교에 다닐 때쯤은 친구들의 흔적이 굳어간다.
일을 하며 접하게 되는 직장동료나 일상 속 잠깐 만난 사람의 흔적 또한 그렇다.
다양한 사람의 흔적이 내 안에 고스란히 내려와 단단히 굳어가며 자리를 차지한다.
처음 쌓인 지층 위로 여러 흔적이 차곡차곡 자리를 잡는다.
첫 번째 지층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흐려지는 것 같지만 나의 땅이 무너지지 않게 견고히 버틴다.
점차 마음에는 좋았거나 슬펐던 그날의 감정과 추억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축적된다.
행복했던 흔적은 다시금 그날을 회상하며 나의 땅을 단단히 다진다.
마음 아팠던 순간들은 나의 땅을 요동치고 메마르게 만든다.
점차 여러 흔적이 뒤엉키며 다양한 색채로 나의 지층은 완성되어 간다.
가끔씩 어떤 흔적은 견디기 힘들어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행복이라 생각하며 자리 잡은 흔적이 한순간 슬픔으로 바뀐 경우도 있고 떠올리기도 힘든 흔적도 있다.
처음에는 그러한 흔적을 부시고 꺼내 마음 밖으로 내보내려 했었다.
하지만 버리고 싶은 흔적만을 꺼낼 수는 없었다.
흔적은 서로 결속을 이루고 단단히 굳어졌기에 억지로 파내려 갈수록 소중한 흔적까지 함께 부서지고 꺼내어 버려졌다.
한편으로는 힘들고 슬펐던 흔적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생각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꺼내어 보고 싶어도 부서지고 버려진 흔적은 온전히 그날의 감정과 추억을 불러올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불현듯 있는 그대로의 흔적과 모습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롭고 슬펐던 흔적마저도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었기에 이를 부정하면 나 조차도 나를 감싸 안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지나간 흔적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흔적들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지층을 이루고 무슨 색깔의 빛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이제는 흔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