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14살로 돌아간 여름 어느 날
아주 근사한 어른 두 분을 만났다.
4년 전부터 간간이 안부를 나누던 중학교 선생님들을 이번에 찾아뵈었다.
내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있다. 어느덧 마흔을 넘어 쉰을 바라보는 우리. 그 시절, 중학교 1학년 여름이었다. 7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군 단위 학교에서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되며 힘든 시간을 겪은 기억이 있다. 엄마는 도시에서 진학하길 바라며 전학을 결정하셨다. 당시 선생님들은 대부분 발령 첫해의 대학교 졸업 후 스물 중반을 갓 넘은 교사들이었다. 이번에 만난 두 분도 나와 띠동갑. 아직 현직에서 교감, 교장 직함을 앞두고 계신 영어 선생님과 과학 선생님이다. 친구들은 광주, 수원, 경기, 서울 각지에서 아침 일찍 모여 천안역에서 합류했다. 핑곗김에 1박 2일 일정을 잡았고, 우리는 다시 14살로 돌아간 듯 재잘거리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반 친구들 소식, 선생님들의 안부가 끊이지 않았다.
영어 선생님은 20년 된 SUV로 전국을 다니고, 방통대 농업 학사 과정을 마치고 학교에서 채소를 가꾸신다. 매년 150 포기 김장을 담가 소소하게 수익화도 하신다. 성악가 못지않은 성량으로 영어 문장을 읊으시는 모습은 여전했다. 30여 년 전에도 “Yesterday”를 한글로 적어 외우게 하시던 분이다. 피곤할 때면 크림빵과 우유를 사들고 드라이브를 하며 마음을 다잡으신다고 했다. 밤 10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사우나와 아침 운동을 하는 생활 습관, 40대 중반에 개인 PT를 받으며 근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따뜻한 목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과학 선생님은 사고 이후 폭스바겐 외제차를 몰고 다니신다. 성격만큼이나 차도 깔끔했다. 말이 많은 분은 아니었지만, 카톡으로 전해주신 짧은 메시지가 큰 감동을 주었다. 당시엔 급식이 없어 자취를 하시던 선생님은 남학생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정을 쌓으셨다. 그래서 남학생들과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지금은 AI 대학원을 준비하시고 건축학 도장 기능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제 환갑을 앞두고 교직에서 퇴임을 준비하는 두 분. 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삶을 이어가고 계셨다. 어렵게 아이를 얻고 일을 그만둔 친구에게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준비해 보면 어떠냐”라고. 영문과 전공에 해외 경험도 두려워하지 않던 친구라면 정말 잘 어울리는 길이라고 생각됐다.
문득 10년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근사한 선생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