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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by 글바트로스


새벽 안양천, 내 영혼의 쉼터.

강변의 모든 생명, 미미한 숨결조차 신성하게 느껴진다.

성 프란치스코 ‘피조물의 찬가’가 떠오르는 순간.

굳게 닫혔던 영혼 덧문 배시시 열고, 이슬 젖은 풀냄새도 양껏 들이마신다.

검은 고양이가 풀 섶에서 기지개 켜며, 긴 하품 하며 아는 척한다.

“야~옹”

“잘 잤냐?”

“야~옹,”

“아침도 먹었고?”

“야~아~옹”

“다행이네”


작은 꽃이 만개한 나뭇가지 위에서, 서로 마주 보는 까치.

“깩깩”깨애액“

“신혼이니?”

“깨애~애액 깨애액”

“집 짓는 중이라고?”

“깩 깩 깩 깨~애~액“

“방해 말라고?”

이슬 머금은 초록 풀밭, 소란스러운 참새 떼.

“청문회 하냐?”

“짹짹짹 짹짹짹”

“쉰 소리 말라고?”

“짹짹짹”

“꺼지라고?”

수풀 속에 숨어 있던, 꿩과 눈이 마주쳤다. 깃털 화려한 장끼가

냅다, 소리 질렀다.

“꿩~ ~꿩~~”

“간 떨어졌다고?”

“꿩~~~”

“목청 곱네. 한 표 찍어 줄까?”

“꿩에~ 앵”

“Non, merci?(됐다고?)”


오리보다는 두 배나 족히 큰 녀석.

풀밭을 뒤지며, 홀로 아침 찾아 먹는 모습이 안쓰럽다.

방해될까 봐, 일부러 녀석을 쳐다보지 않고, 발소리조차 죽이며 걸었다.

맞은편 방향에서 오던 남자, 멀리 떨어져 걷는 나와는 정반대로 점점 녀석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등 뒤에 숨겼던 나뭇가지를 꺼내더니, 녀석을 쑤셔대기 시작했다.

추격전은 –도망치는 기러기와 뒤쫓는 남자 –멈출 기미 없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녀석, 강물로 첨벙 뛰어들었다.

남자도 부리나케 장미꽃밭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양손 가득히 돌멩이를 들고 나오더니, 강물로 피신한 녀석을 향해 악착같이 던져댔다.

반찬 투정하다가, 내쫓겼나?

TV 뉴스, 너무 많이 봤나?

그날 이후, 기러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참새, 까치, 꿩, 목청만 들어도 안다.

풀, 꽃, 나무, 보기만 해도 안다.

사람은 - 보고 들어도 –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른 아침부터 기러기를 괴롭히던 그.

‘칠 학년’일까?

‘일곱 살일까?’


새벽 안양천에 가면, 동심으로 귀향한다.

집 앞으로 흐르던 화천(花川) -바람에 나부끼던 야생화 강변 -

생생히 떠오른다.

맑은 냇가에 무리 지어 헤엄치던 은어 떼, 번쩍거리며 지나간다.

달빛에 튀어 오르던 숭어들 춤사위도, 선연해진다.

귀향하는 연어처럼, 내 영혼도 강기슭으로 회귀하는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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