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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각시탈춤

by 글바트로스

눈꼬리

가늘어 고운

초승달 실눈 각시탈 쓰고

깊은 골짜기 휘감아도는

목쉰 마파람에

양팔 흔들어대는

동짓밤 허수아비처럼

덜렁덜렁 시린 춤추고 싶다.


한 번도

더덩실 춤사위 벌인적도

가슴 쪼개지는 통곡소리도 없이

배틀에 앉아 짜던 어매의 모시배처럼

얽히고설킨 말들

닳아빠진 홍두깨에 감고 또 감아야 하나.


사계절

어느 날 크게 웃었는지

흔적조차 아득히 묘연하고

가슴 후비는 말들

갈대숲처럼 고집스럽게 서걱대고

찬서리아래 얼어붙은 풀잎처럼

값싼 위로 마다하는 심혼.


수없이

괜찮다고 다독인 거짓말

태풍전야 대나무숲처럼 웅성대고

심혼바닥에 흐드러지게 핀 멍울꽃

길손 헛기침에도 놀라 자지러진다.


무심히

쏟아내는 말들

칼귀처럼 사정없이 영혼 긁어대고,

느닷없는 회오리에

바람개비처럼 헛도는 모국어,

사방에서 후벼 파는

날 선 목소리에 맺히는 오롯한 서글픔.


가슴 치듯

두들기던 어매 장구소리

길 잃은 메아리처럼 찾아와

밤을 난도질해 대고,

부엉이처럼 숨어 우는 대신

빈 들판 허수아비 아제 불려 와

한바탕

각시탈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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