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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못다 한, 말

by 글바트로스

차마

내뱉지 못하고

꾹꾹 눌러 앉힌 골난 말들

백중사리 밀물에 떠밀린 미역처럼,

새가슴 욱죄이더니

어느덧

목구멍까지 차올라 온다.


나의 옳음

너의 부당

참으로 선명해

순식간에 색깔별로 묶어 놓고,

기필코

빠짐없이 조근대리라 다짐한다.


이미

가을걷이 끝난

빈 들판에서

홀로 바람 잡는 허수아비

부질없는 춤사위 같아,

선홍빛 가시꽃다발

꾹꾹 눌러

도루 심연바닥까지 밀어 넣는다.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버거운 날이면

말없이 먹거리 장만하며

들숨처럼 삼키던 어매 모습 떠올라,

재래시장에서 사 온 푸성귀로 만든

낯익은 반찬 옆에

숨겨둔 말들을 꺼내 놓는다.


겨울밤 혼불처럼

온 사방으로 이리저리 서성대고

비좁은 마음속에서

바닷가 몽돌처럼 서로 부대끼며

쉼 없이 생채기 만드는

하고 싶었지만,

끝내 차마 못한 말들.


무심히

쳐다본 가을 하늘

맑고 푸른 신묘한 얼굴로 내려와

소곤대는 귓속말.

" 못다 한, 말?

태고적부터 심혼 긁어대는, 회오리바람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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