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
아득히
먼발치에서부터,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데도
눈길 한번 준 적 없는
무.심.한. 너
들숨도 날숨도 멈춘 처연한 눈빛,
깡그리 무시하며
알몸으로 잠든 겨울 산만 응시하는 너.
우린, 눈길 한번 마주친 적 없는
그 흔한, 안녕하세요조차도.
늘씬한 몸매에
순백색 두루마기 입은 너.
생존욕구 해탈한 초연한 그 뒤태에도,
맨홀 같은 시커먼 내 숨결 새어 나올까
날숨도 민망하고, 들숨도 부끄러웠다.
봄의 전령인양 미리 웃어댄 붉은 동백꽃,
심심한 길손의 빈말에도 꼬리 펼쳐댄 공작새,
혼절하듯이 빵부스러기 굴리던 시커먼 개미.
수시로 갈아입던 넝마 옷들 뒤로 감추며,
길동무 삼아주길 바라는 속절없이 애달픈 내 갈망.
알아채고도 아예 모르는 듯이,
기지개 켜는 민둥산 어깨 곡선만 응시하던 너.
기척 없이 내려온,
신성한 그 푸른 하늘 위로 솟아올라
깃털도 날개도 없는 나,
보.란. 듯.이
아침강물 눈웃음 걷어차며 날아가는, 흰 두루미.
너, 참 부러운 녀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