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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

1. 어매

by 글바트로스

공동묘지

얼음 땅에다가

어매 묻고 내려오던 비탈길,

뜬금없이 나중 나온 겨울 해, 마냥 반가운 듯

염치없이 질척거렸다.


섬마을 아재들 구성진 목청 따라

황토색 구덩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청솔가지 너머에서 자지러지던 산새 울음소리,

청보리 시퍼런 눈물만 흘리던 그날.


오.십.보 떨어진 반.백.년 지난 옛 무덤 앞

새 삼베옷 단장한 환갑 넘은 세 딸들의 빈 곡소리,

지켜보던 상여꾼들 끌끌 혀 차던 소리,

해마다 내리는 폭우도 홍수도 폭풍우조차도 비껴가는지.


정월 대보름날 농악대 앞장서서,

허수아비보다 더 긴 팔다리 휘젓던ㄴㄴㄴ춤사위

어깨에 둘러매고 신들린 듯이 두들기던ㄴㄴㄴ장구소리

덫에 친 토끼일생 쉰 소리로 비창하던ㄴㄴㄴ창 소리.


지금도, 그 종갓집 빈터에는

어매 찾는 어린 새, 사계절 뻐꾹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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