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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꿉동무

by 글바트로스

궁창 열고 내려온 아침 햇살

안개이불 걷어내며 입맞춤하면,

눈 비비며 깨어나는 초록나라

파수꾼 등대처럼 빛나는 하얀 들꽃.


새끼손톱보다 작은

야생화 줄기 위에 매달린 생명,

열. 절. 한 사막 은수자처럼 단호한 자태.

굽어진 능선마다

하늘 향해 삿대질해 댄 낯익은 모습에

그만 무안해졌다.


주고받은 허연 웃음에 눈이 시리고

투창처럼 던지는 큰 목소리에 먹먹한 귀.

지난밤 비몽사몽 문지른 기도램프,

우람한 노예대신 나타난 너는.


심심한 꼬맹이가

맨드라미꽃에서 떼어냈던 벌레.

이름 없는 하얀 야생화 껴안은 지금,

붉은 예복 입은 꼬마신랑처럼 반가운.


덧셈도 곱셈도 굼뜬 영혼,

아침강변 길손 바람도 반가워

파르르 피어나는 작은 밥풀 꽃,

내 소꿉동무 빨. 간. 풍. 뎅.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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