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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봄꽃

by 글바트로스

지난해 태풍으로

시커먼 심연에 수장된 영혼

서둘러 붉은 동백꽃으로 피어나면,

먼 하늘 쳐다보던 어매도

앞산 연분홍 진달래로 돌아온다.


곡괭이로 일군 다랭이 논

낫처럼 굽어져 김매던 늙은 아배,

청 보리 사라진 논배미 가득

샛노란 유채꽃으로 되돌아온다.


이승 떠난 서른셋 고운 얼굴

병아리 셋 사는 손때 묻은 집으로 돌아와

낮은 돌담 너머, 높은 가지마다

하얀 목련으로 기어코 피고야 만다.


뜬금없이 낙태된 영혼

길 잃고 헤매며 흘린 눈물방울

가지마다 자지러지게 매달리며

이레도 못 버틸 벚꽃으로 태어난다.


움트기도 전

연녹색 잎사귀 생기기 전

꼭꼭 여민 나무가슴 풀어헤치며

차마 못다 한 말 쏟아내는 영혼처럼

봄마다 소리 없이 꽃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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