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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by 글바트로스



언제부턴가

사람보다 야생화가 좋다.

수줍게 반기는 여린 웃음,

찢어졌던 영혼 절로 아무는.


언제부턴가

사람보다 작은 새가 좋다.

겁 없이 재잘대는 지저귐,

사금파리마음 잠근 열쇠 풀리는.


언제부턴가

사람보다 낮은 야산이 좋다.

저울질 모르는 넉넉한 가슴으로,

이유 묻지 않고 지친 길손 품어주는.


언제부턴가

사람보다 굵은 빗방울이 좋다.

무심히 찾아와

심층바닥에 가라앉은 탄식 씻어주는.


언제부턴가

사람보다 맑은 하늘이 좋다.

그저께 받은 만큼 되질한 영리한 어제,

오직 너에게만 부끄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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