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꾼 아제
골난 목소리 멀어진 뒤.
누렇게 탈색된 무거운 책들
폐지 할매 실눈 웃음 주고.
다시 입을까
버리지 못한 고운 색깔 옷들.
먼 나라 앳된 얼굴
수줍은 박꽃웃음 떠올리며
서툴게 다림질하고.
해마다 지울까 말까?
오다가다 알게 된 얼굴
더는 서로 안부조차 묻지 않는 이름
드디어 흔적 없이 지우고.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사하는 날.
예정된 수수께끼 날짜 도대체 알 수 없어
시커멓게 얼룩진 영혼
새벽 강물에 미리 헹굼 질 하는, 오늘.
예정된 3개월 어학연수대신, 7년 불문학 시 전공한 빈손 생존기, 알바트로스의 표류기를 쓰는 병아리 글쟁이, 글바트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