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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사하는 날

by 글바트로스

짐꾼 아제

골난 목소리 멀어진 뒤.

누렇게 탈색된 무거운 책들

폐지 할매 실눈 웃음 주고.


다시 입을까

버리지 못한 고운 색깔 옷들.

먼 나라 앳된 얼굴

수줍은 박꽃웃음 떠올리며

서툴게 다림질하고.


해마다 지울까 말까?

오다가다 알게 된 얼굴

더는 서로 안부조차 묻지 않는 이름

드디어 흔적 없이 지우고.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사하는 날.

예정된 수수께끼 날짜 도대체 알 수 없어

시커멓게 얼룩진 영혼

새벽 강물에 미리 헹굼 질 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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