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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첫날

by 자겸 청곡


2학년 첫날이다.

작년 입학식 다음 날 등교 때에는 교문에서부터 울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교문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이어서 몇 주간은 분리불안이 심해 고생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등교했을지 염려가 되면서도 엊그제 바통터치를 하고 내려와서 아직 며느리와 통화를 하지 않았다.


개학을 앞두고 엄마와 이야기하면서 첫날만 데려다주면 다음 날부터는 알아서 간다고 약속했다기에 그렇게 했으리라 믿는 마음으로 연락하지 않은 것인데, 며느리 근무가 짧게는 새벽이나 아침에 갔다가 밤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해외 근무가 많아서 길게는 4박 5일까지도 장거리를 나가기에 늘 엄마에 대한 갈증을 달고 사는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


문제는 이렇게 양육자가 혼재되는 상황이다 보니 엄마와 있을 때는 곧잘 혼자 등교하면서도 할머니와 있을 때는 학교 앞 횡단보도까지 만이라도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면서 매달리는 상황이라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할머니에게 의존하려는 아이의 심리적 불안감과 함께, 엄마 앞과 할머니 앞이라는 이중 환경에서

자기 편의주의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때마다 대처하는 양상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들이 사랑이 많고 여유롭다고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할머니와 엄마 앞에서의 행동 패턴에 차이가 생겨, 잘못된 행동을 할머니가 지적했을 때는 반항부터 하고 나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통해 이해하는 선 행동 후 판단 식이 되지만, 엄마의 말에는 받아들임이 기본이 되기에

할머니로서는 이런 이중적 행동이 당혹스러워 자연히 “왜 엄마 앞에서는 그렇게 하고 할머니에게 이러느냐”라고 야단을 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 이럴 때 핑계를 대서 그 순간을 넘기려는 성향으로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더구나 ‘아홉 살 때는 아홉 동네에서 미움을 받는다. ’라는 옛 속담처럼 작년보다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뻔히 잘못된 것이 보이는 데도 ‘할머니가 늙어서 몰라서 그래’라며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 반항기가 되고 보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예전보다 복잡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감정들은 자아 성찰과 자기 인식이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을 배우며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발달합니다.”라는 9세 아동의 행동 특성(*주 1)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문제해결 해결 있는 능력이 급성장하는 이 시기를 새 학년 새로운 선생님, 새롭게 만난 친구들과 사회적 교감을 키우면서 예의와 사랑의 감성으로 잘 적응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맑고 바른 성품으로 자라가 기를 축복한다.


오늘 밤에 손녀를 보러 올라가면 토요일까지 함께 먹고 자면서 일상을 보내게 되는데 엊그제 내려왔으니 이틀 사이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얼마나 달라졌을지, 지금 시간이면 하교해서 집에 왔을 시간인데 첫날을 어찌 보냈을지, 얼마나 폭풍 이야기를 쏟아낼지가 궁금해져서 올라갈 새를 참지 못하고 오늘 어땠는가를 묻는 톡을 보냈더니 ‘너무너무 좋았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친구 세 명 여자 친구 한 명 사귀었대요. ㅋㅋㅋㅋ’라고 문자가 왔다.

웃음과 함께 안심이 되고 바통터치를 하고 집에 내려오기 전날, 엄마가 내준 숙제를 하라고 하자 ‘잔소리하는 할머니가 없으면 좋겠다’라고 하던 그 짜증 섞인 말투가 어떻게 변했을지 또한 기대된다.


겨울 이겨낸 여린 싹이 용솟음치며 올라오는 3월, 새롭게 시작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맑고 파란 하늘 향해 활짝 피어나길, 손주를 돌보는 동병(同病)의 할머니들에게도 손주들의 사춘기 반항에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돌보미로 힘차게 나가자고 응원가를 보낸다.


주 1) MindTreemindtrees.tistory.com; 9세 아동의 행동 특성 심리특징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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