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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하린이

by 자겸 청곡

예쁜 하린이


눈이 알록달록

코가 매끌미끌

입이 다정다정

얼굴이 반짝반짝

몸이 흔들흔들


아홉 살 손녀의 시다.


보통은 손녀의 공부 시간이나 혼자 인형 놀이를 하는 틈새에 글 작업을 하거나 문학 카페에서 나눔을 하는 일상이라, 이날도 손녀의 공부 시간에 문학 모임에 들어가서 동영상 음악을 듣는 중에, 다른 날보다 일찍 공부를 마친 손녀가 방에 들어오더니 같이 듣자고 해 함께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마침 음악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삽입곡이어서 재미나게 듣는 중에 갑자기 ‘나도 시를 하겠다.’ 고하면서 키보드를 빼앗더니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컴퓨터에 익숙해서인지 독수리 타법으로도 자판을 곧잘 두들겨서 바로 올린 글이다.


글 작업이 미처 끝나지 않았을 때, 같이 놀자고 하면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뭘 아는 듯이 ‘아! 시 하는구나’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모임에 가는 날이면 ‘시 하러 가는 거야? 그러면 이쁘게 하고 가야지’ 하면서 어린이 화장품으로 얼굴에 볼 터치를 해준 날이 몇 번 있기야 했지만,

이렇게 노래를 듣는 중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에 맞게 표현하는 것을 보니 놀랍고 어린 생각에도 시란,

노랫말로 표현하는 글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혼자이다 보니 춤추기나 역할놀이의 상대를 해줄 때 춤동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어진 역할이 생각만큼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할머니가 늙어서 그래’ 하면서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글 작업을 할 때는 방해하지 않는 것이 고맙고 스펀지처럼, 보고 배운 것을 따라 한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손녀 앞에서 글 작업을 한 것이 문학적 소양을 키워가는 환경이 되는 듯해 다행이다 싶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인제 2학년이 되면 국어 시간에 시 짓기 등의 수업이 있을 것인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고 익히면서 문학소녀로 자라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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