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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거기까지

by 자겸 청곡

며느리가 3박 4일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다.

늘 며느리와 교대를 하고는 바로 내려오는 관계로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식사하기가 어려워

마침 일요일 아침에 들어왔기에 집에 내려가기 전 모처럼 점심이라도 같이 먹고픈 마음에

"우리 함께 점심 먹으러 갈까?" 하고 물었더니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녀가 "안 돼요"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너무 뜻밖의 외침이라 놀랍기도 해서 "왜 안 되는데?" 하고 물으니

"엄마하고 데이트해야 해요"라고 하는데 "할비 할미랑 같이 하면 되지"라고 했더니 다시 큰소리로

"엄마하고만 해야 돼요"라고 한다.

순간 당혹스럽고 섭섭함이 들기도 해 '그래 그러면 우리는 그냥 갈게' 하고 뒤돌아 나오는데

소리 지른 것이 미안했는지 포옹을 하면서 인사를 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 손녀가 외친 '안 돼요'가 떠오르면서

어린이의 꾀 없이 말하는 순수함에서 나온 외침으로 자주 떨어져 있는 엄마사랑에 대한 갈증이

쉬는 날에는 독점하고픈 심리로 작용함이 보여 측은함이 들고, 어쩌면 순간 느낀 섭섭함은 "내가 너를 어찌 보살피는데"라고 하는 보상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꽤나 여유롭고 현명한 할머니 인척 하면서도 내면에는 인정욕구가 꿈틀대는 어쩔 수 없는 늙은 할머니구나 싶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일었다.


그랬다.

엄마의 빈자리를 잠시 메꿀 수는 있어도 대체가 되지 않는 "엄마하고만 해야 돼요"라는

"딱 거기까지"가

할머니의 위치요, 더 들어갈 수 없는 한계점인 것을 느끼면서

감출 줄 모르는 맑은 마음으로 하고픈 이야기를 그대로 할 수 있도록 받아주는 여유를

더 기르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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