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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시간에

by 자겸 청곡

며느리가 내일부터 다시 4박 5일 휴가다. 작년까지는 이런 휴가가 자주 있지 않았는데 휴가를 급여로 산정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운영체계가 바뀐 것인지 올해는 벌써 세 번째로 하루만 월차를 내면 4박 5일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연속 휴가를 갖게 됨에 안정감과 여유로움이 커졌다.


교대를 하고 집으로 내려오다가 지인에게 쉼을 자랑도 할 겸 전화를 걸어 번개팅을 청하자 흔쾌히 나와 주어서 목적 없이 만나 점심부터 먹고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에 가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에 없을 정도라 백화점에서 두리번거리며 영화관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났고 키오스크에서 볼 영화를 골라 티켓발매를 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하루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젊은이들 틈에 섞여 노인 나름의 즐길거리를 찾아가는 낭만이 느껴지고

이런 것쯤은 나도 능히 할 수 있다는, 신 문명에 처지지는 않는 노년임을 보여주는 듯한 자부심이 좋았다.

여러 영화들 중에서 이병헌괴 유아인 배우가 나오는 승부를 골랐다.

바둑을 잘 모르지만 이름으로 아는 조훈현 이창호 기사의 이야기로 영화 중에 나오는 대사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지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만나자는 말 한마디에 오브코스로 답하고 나와주는 누군가 있음에 행복하고

좋은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누군가 있어 좋은 날

얼마 전 처음 먹어보고 나서 자꾸 먹고 싶어 지는 마라탕을 다시 먹은 만족감으로 감사한 하루


이렇게 쉼의 여유를 잔잔한 이야기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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