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양평과 묵호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양평에서는 마침 용문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어서 장구경 중에 시장 음식도 사 먹고
소문난 커피 집에 가서 사진도 찍으면서 이틀을 보내고
묵호에 거주하는 동생집에 가서 금진과 심곡 망상 정동진 바닷가와
강릉의 안목해변 커피거리, 강릉 경포대 노송길을 구경하고 올라왔습니다.
동생은 제가 문인의 길을 가도록 적극 응원하고 격려하는 1호 팬으로
묵호태 덕장을 운영하는데
조약돌 그림을 즐겨 그리더니 덕장 담벼락에 멋진 그림을 그려서
시멘트 바닥 위에 뼈대만 남아 휑한 덕장길을
멋스러운 골목길로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재주는 본능 안 깊숙이에 잠을 자고 있어서
일으켜 끌어내지 않으면 그대로 숨겨지지만
늦더라도 일으켜 세우면 감추어져 있던 끼가 자동으로 발산되면서
꽃으로 피어간다는 것을 동생의 그림을 보며 느꼈습니다.
덕장길 아래 바다에서 동살 피어오르는 아침을 만나고
근처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면서 눈으로 즐긴 날
모래를 밟고 싶다, 물에 들어가 담가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바라봄 만으로도 즐거운 나이
차 안에서 컵라면과 김밥 등 준비해 간 음식을 먹으면서
청춘들의 물놀이에서 추억을 되짚어보며 만족하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오면서 며느리에게 안부를 전하는데 손녀가 감기로 병원을 다녀왔다네요
저와 있는 날들에는 이상이 없다가 엄마가 쉬는 날 아픈 것은
엄마의 자리만큼 아이의 몸과 마음이 긴장이 풀리고 편해졌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나하고 있는 동안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은 어쩌면
할머니 하고 있는 동안은 할머니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
엄마의 빈자리를 할머니의 손길로 만족하려 애쓰는 여린 마음이 느껴져 가슴 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