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이야기
아들이 실내 가습에 좋고 아이들의 동물사랑 정서상 좋다며 거실에 깊이가 있는 어항을 설치하고 거피 다섯 마리를 사다 넣고는 열심히 관리하더니 차츰 물 갈아 주는 주기가 길어지고 손녀의 관심도가 떨어져 가자, 이번에는 거북이 두 마리를 사 왔다.
청거북이라고 하는데 붉은 귀 거북이라고도 하는 청 거북이는 생태 교란종으로 분류돼 2,000년 이후 수입 금지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종별도 모른 채, 손녀가 크기로 구별해 각각 참외와 베리베리 라즈베리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거피 어항과는 다른 모양의 넓적하고 야트막한 수조에, 들어가 쉴 수 있는 동굴과 등에 빛을 쬐러 올라갈 수 있는 육지를 설치해 놓고 거북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아들이 손녀만 한 나이였을 적에 작은 거북이를 기르다가 죽어서 조그만 상자에 넣어 장례를 치러 준 뒤 며칠간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과, 그때, 작은 것이라도 생명을 나 좋자고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큰 책임과 보살핌이 따르는 것인지 깨달은 뒤로는 물고기도 기르지 않았는데 물고기에 이어 거북이까지 기르게 되자 염려가 되었지만, 그렇게 시작된 거피와 거북이 기르기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거북이는 워낙 적응력이 좋아서인지 바닥에 깔아주었던 모래를 치웠는데도 생활에 지장 없는 듯 제법 손바닥 절반 크기로 자랐는데, 거피는 한 마리 한 마리 죽더니 며칠 전 집에 다녀오는 새 그마저 죽었는지 어항이 없어졌다. 거피가 죽을 때마다 손녀와 함께 화단에 묻어주고 십자가도 세워주고 기도도 했지만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남은 거북이라도 잘 살도록 해야겠기에 수조에 다가가면 고개를 길게 빼고 먹이를 달라고 덤비는 모습이 애처로워 아들이 주라는 양보다 몇 알 더 주었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한마디 한다. 거북이를 살 때 수족관에서 먹이를 많이 주면, 건강에도 좋지 않고 성장이 빨라져 수조가 좁아지게 되니까 적게 주라고 했다면서 몇 알갱이를 주라는 것인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거북이 키우기에 대한 여러 안내 중에 수조 크기와 적절한 먹이 주기가 주요 사항으로 나와 있다.
‘적절한’이라는 말이 거슬린다. 물론 영양과잉까지는 아니겠지만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무슨 낙이 있을까 싶고 수질관리를 위해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몇 분 내에 먹을 수 있는 양만을 주라는 것이니 넓은 물에서 잡혀 와 배불리 먹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또한 애잔하다.
야생성 사라지고 인간에게 길들여 가는 것이 거북이뿐이겠는가. 가두어 기르는 동물들이 모두 인간의 욕심 안에서 애완이라는 이름으로 사육(飼育)되는 것이니 결국
귀여워 곁에 두고 즐김이라는 뜻의 애완(愛玩)이란 의미가 동물에게는 동물권 1)을 무시한 인간중심의 놀이인 것을.
멀쩡히 바다나 냇물에서 사는 동물을 잡아다가 인간의 즐김 거리로 만들어 놓고 애완이라니, 성장억제를 위해 먹이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동물 학대가 아닐까 싶고 키우려면 최대한 동물권을 인정하는 관심이 필요함을 인식하면 좋으련만 그나마 덩지가 큰 동물들에게는 동물권에 관심을 두겠지만 거북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에게는 얼마나 느끼는지.
근래 많은 동물권 주장자들의 움직임으로 애완보다는 반려(伴侶)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이 역시도 인간의 시각이지 동물의 시각이 아니다. 그저 움직이는 동물 인형이 아닐까 싶다.
지금 글을 쓰는 눈앞 수조에서 거북이가 빛 쪼임을 하고 있다.
두 마리가 성향이 달라서 참외는 빛쪼임 시간이 길고 베리베리 라즈베리는 운동을 좋아하는지 참외보다 운동량이 많고 먹이를 먹을 때도 참외보다 적극적이다.
수조에서 기르는 거북이도 길게는 30-40년 자란다는데 이 짧지 않은 시간을 이대로 수조에 갇혀 지내도록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걱정되고 그렇다고 냇가에 방생하자니 포식자의 먹이가 될 것이니 이도 저도 못하기에, 그저 사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성장에 따라 크기에 맞는 수조를 바꿔 주고, 머리가 좋아 밥 주는 사람을 알아본다니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함께 가자고 눈길을 보낸다.
1) 동물권(動物權, 영어: animal rights)은 비인간동물, 인간과 같이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위키 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