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러 만들어도 떡은 떡

by 자겸 청곡

손녀와 송편 만들기를 했다.

아침에 떡반죽을 해놓았다가 저녁에 만들기를 했는데 낮동안 숙성이 되서인지

반죽이 제법 잘됐다.

늘 콩을 삶아서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재료를 넣기로 하고

고구마를 삶아서 으깨놓고, 밤도 삶아서 약간의 설탕조림을 하고 깨도 물 조금 넣고 흑설탕 조금 넣어서 조려놓으니 제법 속 재료 맛은 그럴싸했는데

문제는 모양

손녀의 마음은 찰흙 놀이와 다를 바 없어서 모양으로 먹기는 영 아니다.


손녀가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부터 추석에는 놀이 겸 만들면서 추석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

전에 비하면 의젓한 초등 2학년 이려니 하지만

장난기는 어릴 때 보다 부쩍 더해져서 손안에 넣고 누르고 바닥에 치대고

예쁜 모양을 강요하지 않고 실컷 조물 거리게 두면서 스스로 모양을 찾아가게 하는데

아직은 재미가 우선이다.


만들어 놓은 떡을 찜기에 쪄서 내어놓으니 모양이 그야말로 dog판

할아버지께서 하나 드시려는데 자기가 만든 것은 엄마를 보여 주어야 한다면서

건들지 못하게 하고는 사진을 찍으란다.



퇴근해 온 엄마에게 한껏 자랑하고는 맛을 보라는데 선뜻 나가지 않는 엄마의 손

모양으로는 먹을 수 없는 손의 힘으로 만든 정성의 맛

하하하 비와 함께하는 보름 전날

달 대신 웃음꽃으로 환한 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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